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신임 재무부문장(CFO)에 강병훈 롯데지주(004990) 상무보를 선임했다.

강 부문장은 2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재무 부문에 몸 담았던 ‘재무통’이다. 미니스톱 인수 이후 악화된 코리아세븐의 재무건전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말 강 상무보를 재무부문장에 선임했다. 코리아세븐의 재무부문장은 지난해 말 단행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손승현 전 부문장이 물러났음에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3주가량 공석이었다.

강 부문장은 2001년 롯데마트에서 재무관리 업무로 근무를 시작한 정통 ‘롯데맨’이다. 2012년에는 롯데 중국HQ 재무기획팀장을 맡았고, 2019년부터 롯데지주 재무혁신실 재무1팀에서 근무했다. 작년말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롯데지주 상무보로 승진했다.

강 부문장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커진 코리아세븐의 재무부담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3143억원을 들여 미니스톱을 인수했다. 이를 위한 유상증자를 단행해 롯데지주 등으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받았음에도 통합 작업 등에 따른 비용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2021년 약 3957억원이었으나, 그 이듬해 6602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 3분기말 기준 9229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도 안돼 133% 증가한 것이다. 지급이자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88% 증가한 379억원을 기록했다.

부채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과 유동비율도 악화됐다.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2022년 회사의 부채 비율은 275%였으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79%로 치솟았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유동부채)로 나눈 값인 유동비율도 지난해 1분기 말 116%에서 3분기 말 125%로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2.6%으로 2022년 말 기준 206.1%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지난해 유동비율 역시 1분기 130.9%에서 122.3%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픽=정서희

각종 비용에 따른 수익성 부진과 재무부담이 지속하면서 신용평가사들도 코리아세븐의 신용도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초 잇달아 코리아세븐의 신용도를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수익성 부진과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중단기 내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면서 “미니스톱 인수합병으로 계상된 영업권에 대해 영업권 손상차손도 발생하고 있어 지속적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4조33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2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1078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코리아세븐은 오는 3월까지 미니스톱과의 통합 작업을 완료하고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과 10월 기존 물류센터를 통·폐합해 서울 송파와 인천에 신규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했고, 통합 작업과 더불어 저효율 점포 등에 대해서도 정리를 진행 중이다.

또 불어난 외형을 기반으로 세븐일레븐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직매입 글로벌 PB(자체상표) 상품 등을 앞세워 상품 경쟁력 역시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10월 말 해외 세븐일레븐 PB 상품 36종을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는데.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40만개를 돌파했다. 특히 일본 세븐일레븐 PB ‘랑그드샤화이트초코’, ‘랑그드샤초코’, ‘초코밀푀유’ 등은 직매입 물량이 모두 완판돼 올해 1분기 중 물량을 수급해 재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부문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박찬호 상무보와 이진형 상무보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보는 최근 인사를 통해 코리아세븐 운영전략실장으로, 이진형 상무보는 상품지원부문장으로 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