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위 백화점인 AK플라자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계열사의 자금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핵심 점포를 운영하는 자회사 수원애경역사도 흡수합병했다.

업계에서는 AK플라자가 고수하는 '명품 없는 근린형 쇼핑몰'이라는 전략이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소비 심리마저 꺾인 상태라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AK플라자 홍대 전경./AK플라자 제공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K플라자는 최근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했다. AK플라자는 지난해 말 기준 수원애경역사 지분 84.2%를 보유한 모회사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 한 것은 AK플라자의 수익성 때문이다. 수원애경역사는 매출이 가장 높은 점포인 AK플라자 수원점을 운영한다. 겹치는 사업 부문을 통합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재무안전성도 높이려는 의도다.

AK플라자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롯데·신세계·현대에 이어 백화점 '빅4′ 자리를 놓고 갤러리아백화점과 경쟁했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에 실패하면서 경쟁력과 실적 모두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2021년부터는 아예 '명품 없는 지역 근린형 쇼핑몰'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해 백화점 1층에 명품 대신 식음료와 리빙 매장을 넣는 재단장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3년(2020~2022년)간 이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급속히 악화됐다.

AK플라자의 이 기간 매출액은 ▲2020년 2131억원 ▲2021년 2267억원 ▲2022년 2473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각각 221억원, 247억원, 191억원으로 총 659억원, 누적 순손실 역시 90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4095%다.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수혈 역시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수원애경역사가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을 빌려준데 이어,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지난 4월에 단행된 약 1000억원 규모의 AK플라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수혈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수원애경역사는 그룹 계열사인 애경케미칼로부터 5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사실상 이 500억원의 차입금이 AK플라자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AK플라자의 실적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고, 순손실은 247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40% 확대됐다. 차입 부담은 커지는반면 실적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AK플라자의 '명품 없는 근린형 쇼핑몰'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가 보복소비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 것이 결국 명품에서 기인하는데다 소비 심리가 꺾인 현재도 여전히 명품 매출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백화점도 식음료(F&B)와 K패션 분야를 강화하고 있어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더현대 등 볼거리를 강화한 대규모 복합시설과 이커머스 등 유통 채널이 넘치는 상황에서 AK플라자만의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다. AK플라자 수원점이 이미 갤러리아 광교점의 등장으로 매출이 밀리고 있는데 올해 말 스타필드 수원점까지 개장하면서 경쟁이 더 심해질 예정이라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수원시 1위 백화점이었던 AK플라자 수원점이 현재 2위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매출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차입이 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 차원에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