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에 실패한 11번가가 강제 매각 기로에 놓인 가운데, 11번가와 마찬가지로 상장을 추진하던 SSG닷컴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 절차를 중단한 후 아직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작성을 하지 않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반 년 가까이 공석이다. 앞서 SSG닷컴이 올해 초 상장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장에선 이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 /뉴스1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SSG닷컴은 상장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작성을 시작하지 않았다. 현재 주관사와 중단했던 논의를 이어가며 상장 시기와 기업가치 평가 방법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올해 실적이 나오는 내년 초에나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3~4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상장이 가능한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SG닷컴이야 어찌 되었든 상장해야 하는 회사니 제반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기업가치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 결정된 사항이 없고, 근시일 내에 상장 목표 시점 등을 잡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SSG닷컴은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할 CFO를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유지하며 상장 추진을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CFO를 맡던 최영준 전 상무가 무신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 보임 인사를 내지 않았다.

당초 최 전 상무 사임 직후 보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9월 정기 임원 인사에 보임이 이뤄질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SSG닷컴은 강희석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인영 단독 대표 체제가 된 상황에도 CFO 공백 상태를 유지하면서 반년 가까이 CFO 없이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SSG닷컴이 이런 기조를 보이는 것은 11번가와 달리 거래액(GMV) 요건을 충족하면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 9월 말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FI에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 얼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나 상장에 실패했다. 이어 큐텐(Qoo10)과의 매각 논의가 불발되고, SK스퀘어(402340)가 FI 지분을 매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드래그 얼롱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

SSG닷컴은 2018년과 지난해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받으면서 2023년까지 거래액 요건 또는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2027년 4월까지 FI 소유의 주식을 전량 매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5조70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해 허들 조건인 5조1600억원을 넘겼다.

SSG닷컴은 공인회계사 출신인 이 대표가 CFO 업무를 겸임하고 있어 업무 공백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직접 거래소와 교류를 이어가는 등 상장 관련 업무도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영 기조도 영업 손실 규모를 조금 키우더라도 거래액 확대에 집중하는 '균형 성장(Balanced Growth)'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서 상장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SG닷컴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2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07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76억원 늘었다. SSG닷컴의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늘어난 것은 1년 만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 축소 경영을 이어오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 규모를 줄여왔다. SSG닷컴이 해당 기간 줄인 적자 규모를 모두 합하면 약 657억원이다.

변화한 경영 기조에 맞게 거래액은 증가세를 보인다.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했으나 3분기에는 19% 증가했다.

상장 주관사는 상장을 위해 비슷한 사업을 하는 국내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EBITDA(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를 참고로 공모가를 결정하지만, SSG닷컴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기에 거래액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주관사와 수시로 협의하며 상장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CFO 보임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공석인 CFO를 채우기 위해 지속해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장과 무관하게 필요한 자리이니 보임이 이뤄지겠지만, 언제가 될지 시점은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