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으로 계산되니까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지난 5일 오후 1시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있는 GS25 가산스마트점. 편의점에 들어가자 계산대 대신 게이트가 보였다. 게이트에 설치된 단말기에 QR코드를 접촉했더니 잠시 뒤 게이트가 열렸다.

5일 GS25 가산스마트점에서 QR코드 인증으로 입장하는 모습. /방재혁 기자

매장 안으로 들어가 과자와 음료를 들고 게이트로 나왔다. 입장할 때와 달리 별도의 과정 없이 게이트가 열렸다. 구매한 음료는 1+1 이벤트를 진행 중인 상품이었는데 하나만 들고나오자 우리동네GS 앱에 상품이 저장됐다. 해당 상품은 이후 다른 매장에 방문해 바코드를 제시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가방에 물건을 숨겨도 게이트를 빠져나가면 자동 계산이 이뤄진다. QR코드·신용카드 등 결제 수단을 인증하고 입장한 순간 카메라가 고객을 인식하고 개개인에게 코드를 부여해 구분한다.

예를들어 3명의 일행이 각각 신용카드를 인증하고 입장하면 카메라가 입장 순서대로 ‘고객1′, ‘고객2′, ‘고객3′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된 코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후 카메라가 각각의 고객들의 행동을 추적해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한다. 물건을 집으면 매대에 설치된 로드셀(무게측정 센서)이 매대의 무게 변화를 감지한다. 과자 매대의 무게가 줄어들면 카메라가 ‘당시 과자 매대 앞에는 고객1이 있었다’고 인식해 정보를 처리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이 메인 서버로 전송되고, 인공지능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결제를 승인하기 때문에 상품을 숨겨도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GS리테일(007070)은 이날 AI 기반의 스마트 편의점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을 열었다. 가산스마트점은 한국인터넷진흥원,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와 추진한 3자 협업 프로젝트로 출범했다. 이른바 ‘테이크앤고’(Take&Go) 편의점으로 물건을 고른 뒤 담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기존 스마트 편의점은 기업 건물에 있어 사내 매점 형식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인원만 이용 가능한 폐쇄형이었다. 가산스마트점은 최초로 일반 고객에게도 열려있는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매장에 있던 GS리테일 관계자는 “완전개방 형태로는 첫 오픈이다. 결제를 위한 인원이 필요하지 않아 상품을 진열하거나 매장을 청소하는 등의 인력만 있으면 돼서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며 “사람을 아예 없애고 완전한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유인으로 운영하지만 최대한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했다.

GS25 가산스마트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매장에는 총 62대의 카메라가 설치돼있다. /방재혁 기자

매장 천장에 빼곡하게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눈에 띄었다. 홍석범 파인더스에이아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매장 안에 총 62대의 카메라가 설치돼있어 사각 없이 고객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CTO는 “일반 매장에서 사용하는 카메라는 가격이 비싸 이렇게 많이 설치하면 매장 초기비용에 부담이 된다. 이에 경량화된 비교적 저렴한 카메라를 활용해 많은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게이트 밖에는 담배 무인 자판기가 있었다. 상품을 선택하고 모바일 신분증으로 성인인증을 하면 구매가 가능하다. 가산스마트점에는 현재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매장에는 고객 식별 시스템, 고객 행동 및 상품 정보를 분석하는 딥러닝 AI 카메라, 상품 이동 정보를 수집하는 정밀 무게 감지 센서, 통합 자료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클라우드 POS 등 고도화된 리테일테크 솔루션이 적용됐다. 고객 이동 동선과 구매 상품을 자동으로 분석해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매출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 기법 개발에 활용한다.

가산스마트점은 특히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점을 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스마트 편의점이 빠르게 전개되지 않는 이유는 구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산스마트점은 기존 스마트 편의점 구축 비용 대비 50% 정도를 절감했다”며 “이런 비용혁신을 통해 스마트편의점을 GS25 가맹점에 보급하고 전개하는 시점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매대에 통합로드셀(무게측정 센서)을 설치해 기존 무인편의점보다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기존 무인편의점의 로드셀은 매대에 상품을 한 칸에 한 개씩 진열하도록 해서 한 칸에 측정되는 무게가 없으면 상품이 판매된 것으로 판단해 재고를 파악했다.

가산스마트점의 통합로드셀은 매대가 칸으로 나뉘어 있지 않고 한 선반에 로드셀 하나만을 설치해 재고를 파악한다. 칸막이가 없어 공간에 여유가 있어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다만 불편한 점도 일부 존재했다. 우선 한 명이 계산하기로 합의한 일행들이 한 번에 입장하려면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카드를 단말기에 꽂아야 했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이런 번거로움에 다음에 방문하겠다며 발길을 돌린 고객들도 있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스마트편의점은 입장할 때 QR코드나 신용카드를 인증해야 한다는 허들이 생긴다. 대신 이 허들을 넘기만 하면 최종 결제라는 허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인증도 앞으로 기술 고도화를 통해 터치 형식 등 입장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GS25 가산스마트점은 매대에 슬라이드 기능이 적용돼있지 않아 음료를 구매하면 공백이 생겨 직원이 직접 한 칸씩 앞으로 옮겨야 한다./방재혁 기자

또한 음료 진열대에 슬라이드 기능이 없어 음료를 하나 꺼내면 직원이 직접 한 칸 앞으로 옮겨야 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매대 슬라이드 기술은 구현할 수 있지만 재고 관리 등에서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런 오류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면 매대 슬라이드 기능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상수 GS25 가산스마트점 점장은 “완전 개방형 스마트 편의점이 처음이기 때문에 매장 운영과 함께 여러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부족한 점을 보완해 스마트 편의점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가산스마트점도 현재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영되지만 보완을 거쳐 무인 운영이 정착되면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편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