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유통 업체 대표들이 이달 11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올해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구조조정, 직장 내 괴롭힘, 노동 실태 점검 등과 관련한 신문을 진행하기 위해 각 사의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면서다.
4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환노위는 이달 국정감사에 7명의 유통 업체 대표이사에 대한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가장 먼저 지난달 8일 제빵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이며 숨진 샤니의 이강섭 대표가 12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샤니에선 지난 7월에도 5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10월에도 근로자의 손가락이 끼어 절단된 사고가 있었다.
지난 6월 카트를 정리하던 30대 근로자가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코스트코의 조민수 대표도 이 대표와 같은 날 국정감사장에 나오게 됐다. 환노위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조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동시에 해당 사고의 사망자 유가족과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환노위는 마트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사업자의 대책과 노조 교섭 행태 등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스트코 노조는 지난 4월 사측에 단체교섭과 본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는 2021년 9월 노사 간 교섭 결렬 이후 노조의 요청에도 교섭이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국계 회사 대표이사들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킴벌리 린 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은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장에 나오게 됐다. 일방적 계약 해지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 파산 문제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섬유 자재를 제조·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 중단을 통보하면서 해당 업체가 재고를 떠안게 하고, 비용을 떠넘기는 등 부당행위를 반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멘데스 대표는 "사건에 대해 최근 알게 됐다"고만 답했다.
통역 직원에게 아내의 병수발을 들게 하고 자녀가 쓸 화장품을 알아보게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히가시우라 미치나오 가네보코스메틱코리아 대표도 멘데스 대표와 같은 날 증인으로 채택됐다. 부당 노동행위와 불법 리베이트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프란츠 호튼 대표도 같은 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나오게 됐다.
구창근 CJ ENM(035760) 대표는 26일 환노위 종합감사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구 대표 취임 이후 CJ ENM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묻기 위해서다. CJ ENM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가 3440명이었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3136명으로 6개월 만에 3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대표도 같은 날 증인으로 불렸다. 배달 라이더들에게는 취업 규칙과도 같은 앱 알고리즘 작동에 대해 회사가 라이더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환노위는 해당 문제에 대해 신문하기 위해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쿠팡의 PB(자체 상표) 전문 자회사인 쿠팡 CPLB의 산디판 차크라 보티 대표는 1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 생활용품 판매와 관련한 질의를 위한 증인으로 채택됐다.
보티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과장광고를 하며 판매하는 상품을 쿠팡도 PB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관련 사항을 지적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