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인 장혜선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외부 활동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가장 아꼈던 딸로 알려진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장녀다. 그는 지난달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장 이사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8일 신격호 명예회장 선영 참배를 제외하곤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신 의장의 딸들이 공식 석상에 포착되는 일은 보기 드물었다.

그러나 장 이사장이 이날도 신 의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면서, 롯데그룹 내 복지재단 영향력을 키우고 그룹 내 입지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신 의장과 장 이사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2023년 다문화 가정 및 이주노동자 추석 맞이 롯데월드 초청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문화 아동 가족 300명과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 200명이 참석했다.

오전 9시 20분 시작된 행사에 앞서 신 의장과 장 이사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 VIP 들은 롯데호텔 월드에서 만났다. 장 이사장은 이날 흰색 숏 자켓에 샤넬 브로치를 달고 8시 30분쯤 롯데호텔 월드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 의장은 “저희 아버지가 타국에서 고생하셨기에 그 어려움을 잘 안다”며 “그 힘든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여서 감회가 더욱 새롭다”고 인사말을 말했다.

24일 롯데복지재단 행사 전 롯데월드를 한바퀴 돌며 시찰에 나선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과 장혜선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민아 기자

신 명예회장의 외손주 다섯명 가운데 롯데그룹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던 인물은 신 의장의 둘째딸인 장윤선 호텔롯데 전무 뿐이었다.

장 전무는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에서 일하고 있다. 호텔롯데 운영본부장 겸 운영기획부문장을 맡다가 지난해 3월 미국 롯데뉴욕팰리스 담당 임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지난달 장 전무의 언니인 장 이사장이 지난달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장 이사장이 맡은 롯데삼동복지재단은 2009년 신 명예회장이 고향인 울산 발전을 목표로 설립한 재단이다.

장 이사장은 ▲1995년 엠제이애드 대표 ▲2001년 엠제이유통 ▲2002년 엠제이띵크 대표를 지냈다. 장 이사장은 지난 2005년 이후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7월 신 의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롯데장학재단 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이번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됐다.

왼쪽 두번째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장혜선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 이사장이 롯데그룹 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이사장의 어머니인 신 의장은 과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때 둘째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편을 들어주면서 ‘신동빈 체제’를 다지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신영자 의장은 롯데장학재단뿐 아니라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아오다 2018년 물러났다. 이후 ‘전(前) 이사장’으로 소개되다가, 이날 ‘롯데재단 의장’이라는 직함으로 공식 행사에 등장했다.

신 의장은 지난 18일 신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아 추석맞이 추모 행사를 가진 롯데재단 임직원 행사에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