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20일 이마트(139480)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다. 사실상 실적 악화에 따른 경질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중심을 쥐고 내린 '역대급 신상필벌 인사'로 전해졌다. 그룹 내 대표의 40%를 교체했다.

왼쪽부터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이사,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신세계그룹 제공

이날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의 2024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만 4년간 이마트와 SSG닷컴을 이끌던 강희석 대표가 물러났고, 그 자리에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선임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해 한 대표에게 모두 맡긴다.

강 대표는 '정용진의 남자'라고 불릴만큼 정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강 대표가 올해 신세계그룹의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인 신세계유니버스를 도입하는 등 신사업을 적극 이끌었기 때문에 올해도 자리를 유지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이마트가 내실을 다질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1356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 2021년 3168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1506억원이었는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

신세계(004170) 대표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임명됐다. 오는 2025년 3월 23일로 임기가 예정돼 있던 손영식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신세계푸드 대표인 송현석 대표가 겸직한다.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인 임영록 대표가 겸직하게 된다.

신세계라이브쇼핑 신임 대표에는 1949년생인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이 신임하던 인물로 전해진다. 즉,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에는 이주철 지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신세계그룹은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구조를 이번 인사를 통해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com, 지마켓을 편제시켰다. 보다 더 강력한 시너지와 실행력을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해서다.

또한 통합 본부장 체계를 도입해 시너지를 위한 하이브리드 조직 체계를 구축한다. 또 업무 영역별 과감한 세대 교체를 단행해 전통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탈피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강화하고,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