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크루즈국제터미널에 정박한 BAP 유니언의 모습. /양범수 기자

돛대가 네 개나 있는 큰 배에 놓인 대포. 흰 제복을 갖춰 입고 어깨에 견장을 단 군인들, 카라가 있는 남색 티셔츠를 입고 배 위를 분주히 움직이는 선원들.

지난 12일 부산 영도구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페루의 대형 범선 ‘BAP 유니언’의 모습이다.

유니언함은 본래 페루의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훈련을 목적으로 건조된 함선이다.

페루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배수량 3200톤(t)급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큰 범선으로 지어졌으며, 지난 7월 해군사관학교 3학년생 97명과 승무원 149명을 싣고 첫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페루를 홍보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유니언함은 309일간 15개국 20개 항구를 방문할 예정으로 네 번째 기착지로 부산을 선정했다. 한국과 페루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문한 것으로, 타히티, 괌, 일본을 거쳐 지난 10일 도착했다.

유니언함의 4개의 큰 돛을 비롯해 배의 각 구조물은 115.5m에 이르는 배를 움직이는데 사용된다. 입항과 출항 또는 무풍지대에서만 동력을 활용하고, 그 외에는 돛을 이용해 바람으로 항해한다.

또 유니언함에서는 자동항법장치는 물론 선원들의 교육을 위해 지도와 컴퍼스, 육분의(천체 간 각 거리를 측정해 위도와 경도를 알아내는데 쓰이는 도구) 사용법도 가르친다고 했다.

에릭 가르시아 페루 수출관광진흥청 한국 사무소 대표는 “유니언함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니언함은 13일 오후 5시 30분까지 일반 공개를 끝으로 중국 상하이로 떠난다.

오는 14일 부산을 떠나기 전 배의 모습과 이동형 박물관인 ‘페루의 집(Casa Peru)’을 보기 위해 이곳엔 평일 오전부터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가족·친구와 함께 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기념품을 구매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12일 오전 부산 영도구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BAP 유니언에 마련된 페루의 집(Casa Peru)에 관광객들이 모인 모습. /양범수 기자

딸과 함께 유니언함을 찾은 김정미(45)씨는 “색다른 체험으로 페루의 문화와 상품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전까지는 TV를 통해 페루라는 나라를 접해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그 나라 사람들과 물건들을 보니 더 관심이 갔다”라고 했다.

터미널 인근에서 일하는 이혜연(61)씨도 “몰랐던 페루 문화를 이렇게라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움직이는 홍보관은 페루 수출관광진흥청(PROMPERU)이 유니언함의 세계 항해를 활용해 페루의 수출품과 관광자원을 알리고자 페루의 집을 설치하면서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페루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커피·알파카 털·광석·술 등이 전시됐다. 한쪽 벽에는 페루의 수도인 리마와 마추픽추·파라카스 국립공원·아만타니 섬 등 유명 관광지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페루의 집 앞 기념품 가게에선 유니언함의 항해를 기념하는 모자와 티셔츠, 열쇠고리, 배지 등의 상품과 함께 페루의 전통 술인 ‘피스코’와 전통 인형, 원두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페루 해군 페르난도 산체스 소령이 12일 부산 영도구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BAP 유니언에서 육분의 사용 시연을 보이고 있다. /양범수 기자

유니언함과 페루 수출관광진흥청은 이번 유니언함의 항해를 계기로 페루의 관광 자원과 문화, 수출품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페루 수출관광진흥청은 유니언함의 항해가 코로나19로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관광청은 이번 항해를 비롯해 다양한 캠페인으로 3만명대에서 급감한 뒤 낮은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관광객 유치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관광청에 따르면 페루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018년 3만2133명, 2019년 2만9652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기준 4397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5936명으로 집계됐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8년 대비 32% 수준인 셈이다.

에릭 가르시아 대표는 “미국 등 페루와 비교적 가까운 나라의 관광객 수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거리가 멀다 보니 회복세가 약하다”라며 “다시 연간 관광객 3만명을 달성하고, 3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데이터제공 업체 CEIC에 따르면 페루의 관광 수입은 2019년 47억400만달러(약 6조2446억원)를 기록했으나 2020년엔 10억300만달러(약 1조3314억원)로 줄었다. 지난해엔 29억3800만달러(약 3조9002억원)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에릭 가르시아 페루 수출관광진흥청 한국 사무소 대표가 12일 부산 영도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