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요 감소로 주요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꺾인 가운데, K패션 브랜드가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00여 개 신진 브랜드를 선보여 젊은 고객을 끌어모은 데 이어 판교점에도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도 K패션 브랜드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그래픽=정서희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이달 초부터 K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성패션관과 영패션관 새단장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에 백화점 1호 매장을 낸 시에(SIE)를 비롯해 인사일런스, 하우스 072C, 스탠드오일 등 국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3, 4층 일부 구역을 새로 꾸민다. 이달 말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더현대서울의 성공 모델을 판교점, 목동점, 더현대대구 등에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도 K패션 브랜드 입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와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을 연 데 이어, 잠실점에 LCDC 매장을 열었다. 또 소공동 본점과 전주점에 마뗑킴 매장을 열었고, 지난 11일에는 소공동 본점에 앤더슨벨 매장을 들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재단장 중인 강남점 8층에 3305㎡(약 1000평) 규모로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의 브랜드 매장을 이달 중순 열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센텀시티점에 문을 연 하이퍼그라운드에서 반응이 좋았던 브랜드 10여 개를 선별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신세계백화점이 센텀점 지하 2층에 2700여평(약 8926㎡) 규모로 총 47개 브랜드 매장을 조성한 영패션관이다.

이 밖에도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중소 패션 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플랫폼 ‘케이패션82′를 출시했다.

백화점 업계의 K패션 브랜드 매장 확대는 명품 수요 감소로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주요 백화점 3사의 매출은 모두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일제히 하락했다.

롯데쇼핑(023530)은 올해 2분기 백화점 사업부 매출은 8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37%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62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21억원으로 24%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이 5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3억원으로 2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백화점의 영업이익 감소에는 둔화한 명품 성장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월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까지 성장했던 명품 매출이 최근 들어 1%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면서다. 작년부터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늘어나는 그쳤다. 지난 1월 7.2% 역성장을 기록한 후 성장세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6월에 다시 0.9%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패션 브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1분기 기준으로 보면 영패션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면서 “명품 매출이 9% 성장하는 것에 비해 선방했다”고 말했다.

K패션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운영사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해 매출 373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6%, 25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더에러(파이브스페이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8%, 64% 늘어난 312억원, 46억원을 기록했다. 마뗑킴도 매출이 195% 늘어난 290억원, 영업이익은 126% 늘어난 4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을 소비하던 젊은 층이 (백화점을) 빠져나가면서 이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대안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백화점의 기본인 명품에 더해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입점해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