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회장에서 장남 구성모씨로 이어지는 LF(093050)그룹 승계의 핵심 고리인 조경회사 고려디앤엘이 패션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기존 주력 사업인 조경 공사·관리에 더해 의류와 스포츠용품 제조·판매, 또 광고업까지 사업 목적에 대거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주인인 회사다. 앞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내놓는 등 확장에 나섰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최근 잇따른 LF 지분 매입으로 재무 부담이 심화,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서희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최근 사업 목적에 '섬유, 의류, 피혁 제품의 제조·가공 및 판매업', '스포츠 레저용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업', '잡화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대거 추가했다. 아울러 '의류 위탁매매', '통신판매업', '상품권 발행업', '광고업'도 신설했다.

고려디앤엘이 재무구조 개선 기반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고려디앤엘은 구성모씨가 지분 91.58%를 지닌 최대 주주로, 구성모씨에서 고려디엔앨, 다시 LF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다. 다만 범(汎)LG가(家)에 기댄 조경 사업이 주력으로,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고려디앤엘은 조경 공사와 원예 매출, 조경 관리 등에서 252억원의 매출을 내고도 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는 37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20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부채비율이 400%를 넘으면 경영이 어렵다고 본다.

고려디앤엘이 LF 지분을 잇달아 사들인 것도 재무구조 악화를 부추겼다. 작년 설립 당시 LF 지분 6.18%를 갖췄던 고려디앤엘은 꾸준히 LF 주식을 매수, 전날 기준 9.42%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에 올랐다. 2대 주주였던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 지분율(8.55%)도 넘어섰다.

고려디앤엘이 보유한 LF 지분과 구씨가 직접 보유한 LF 지분(1.18%)을 포함할 경우 지배 지분은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려디앤엘은 LF 주식 매수에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빌린 차입금을 활용, 작년 차입금 이자로만 6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디앤엘이 운영하는 꽃 배송 서비스 '더 베르'. /더 베르 홈페이지

고려디앤엘은 LF와 연계한 패션 부문 신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F는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인 구 회장이 LG상사 패션사업부를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설립한 LG패션이 전신이다. 2014년 LF로 사명을 변경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디앤엘이 신사업에 포함한 사업 목적 대부분이 LF의 패션 사업과 직접 연계가 가능한 사업들"이라면서 "LF가 전개하는 브랜드의 의류 제품 일부를 유통할 수 있는 의류 도소매업이 들어있고, 잡화는 LF의 편집숍에 납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려디앤엘은 꽃 정기구독 서비스인 '더 베르'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페이지 전면에 'LF 공식 프리미엄 플라워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LF를 내세우기도 했다. 현재 SNS 페이지에서는 LF가 빠졌지만, 홈페이지에선 여전히 LF 공식 플라워 브랜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편 LF 측은 고려디앤엘의 이번 사업 목적 추가와 관련해 "고려디앤엘이 LF의 2대 주주라는 것 외에 사업 부문에서의 연관은 적다"면서 "신사업 연계 추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