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합 사원증을 만들어 임직원에게 배포한다. 업계에선 롯데쇼핑(023530)이 작년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그로서리(식료품) 1번지' 달성을 위해 마트와 슈퍼를 통합한 '원팀' 체제를 본격화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이달 말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사원증을 발급한다. 롯데를 상징하는 빨간색 신용카드 겸 사원증으로, 겉면에 'No.1 그로서리 데스티네이션 롯데 마트 앤 슈퍼(No.1 Grocery Destination Lotte Mart & Super)'라는 문구가 적혔다. 고객의 첫 번째 식료품 목적지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제안하겠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이번 통합 사원증은 롯데마트 게시판 '마트통'에 올라온 직원들의 요청을 반영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및 슈퍼사업부 대표는 사원증과 함께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면 메시지에서 "회사의 소속감을 위해 사원증 지급을 간곡히 요청하신 글을 보며, 이 기회에 쓰기 쉽고 우리의 새로운 이미지에 맞는 사원증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준비와 제작이 길어진 이유는 새로운 사원증 도입과 함께 다양한 혜택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 데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슈퍼와 마트가 '원팀(ONE TEAM)'이 되어가는 여정에 우리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상품, 재무 등 마트와 슈퍼 일부 팀이 함께 근무하는 만큼 직원들에게 하나의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통합 사원증을 지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원팀'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마트사업부를 맡고 있는 강 대표를 슈퍼사업부 대표까지 겸직하도록 하면서 양사의 통합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슈퍼 상품 조직을 흡수시켜 상품 소싱(조달) 업무를 통합하고, 자체 브랜드(PB)를 '오늘좋은'으로 일원화하는 등 수익성 개선 방안을 내놨다. 또 독일 드럭스토어 1위 업체인 DM의 제품을 공동 수입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강성현 대표 명의로 작성된 롯데마트·슈퍼 통합 사원증 발급 안내문. /롯데쇼핑

그 결과 올 1분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매출은 각각 1조4470억원, 3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6.7%씩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롯데마트가 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롯데슈퍼는 80억원으로 235%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롯데마트의 경우 슈퍼와 상품 소싱을 통합한 효과로 원가율이 2%p 개선된 데 더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도 절감된 효과로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던 할인점이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슈퍼 부문의 흑자 전환도 기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는 다음 달 1일부터 온라인 통합도 추진한다. 롯데슈퍼 온라인몰 롯데슈퍼프레시를 롯데마트몰로 일원화해 온라인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대형 그로서리 매장으로서 온라인 쇼핑몰을 담당하고, 롯데슈퍼는 생활 밀착형 그로서리 매장으로 점포 반경 500m 내에 거주하는 근거리 고객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마트·슈퍼 간 제품 소싱 통합 효과가 1분기부터 가시화되고 있다"며 "매출원가율 하락 및 판관비 절감으로 이익 개선 연중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사업부를 통합하는 걸 목표로 상품 통합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식료품 판매라는 업의 성격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시스템의 회사를 합치는 만큼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