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 ‘툭’, 이 곳에선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CJ제일제당(097950)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팝업스토어(임시매장)가 열렸다.
양사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팝업스토어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CJ제일제당이 자사 몰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비롯해 신제품을 직접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다. 매일 저녁에는 티몬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방송 판매)도 진행한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최근 펼치는 ‘반(反) 쿠팡 연대’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2위인 쿠팡과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지난해 11월 납품단가 협상 결렬을 이유로 주요 제품의 로켓배송 발주를 중단한 후 CJ제일제당이 쿠팡 외 커머스 업체들과 협업을 확대하는 것의 일환이란 뜻이다. 로켓배송이란 쿠팡이 공급사의 제품을 매입해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납품가를 둘러싼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제통(製通·제조사와 유통사) 갈등’은 당장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매출액은 28조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특히 국내 가공식품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줄어든 8조679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선 코로나 영향권이던 지난해 내식 수요가 증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데다, 올 들어 제품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재룟값과 운송비 상승 등을 반영해 대형마트 납품가를 인상했지만, 편의점 납품가를 인상하지 못하고 주요 판매처인 쿠팡과의 거래를 중단한 것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쿠팡에 납품해 온 상품은 1000여 개로, 전체 온라인 매출의 40%대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인상에 따른 피로감으로 판매량 부진이 겹친 데다 원가 부담까지 이어진 결과”라며 “경기 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동사 제품에 대한 분기 역성장 우려가 높으나, 브랜드 파워와 외식물가 상승으로 가공식품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쿠팡 식품 부문 매출은 늘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식품 부문 매출이 7조3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로켓배송 판매로 발생한 것으로, 기존의 쿠팡 식품 카테고리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CJ제일제당의 즉석밥(67%), 냉동만두(46%), 설탕(80%), 밀가루(64%) 등이 종적을 감추었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회사 측은 중소·중견 기업들의 상품으로 대체해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 식품 판매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
즉석밥의 경우 하림(136480)(4760%), 동원(140%), 오뚜기(007310)(120%), 대상(001680)(120%) 등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유피씨(1만407%)와 시아스(7270%)의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또 냉동만두 업체인 취영루(61%)와 밀가루 업체인 대한제분(001130)(98%), 광천우리밀(41.6%)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김 카테고리에서는 풀무원식품(234%)을 비롯해 충청도 소재 광천김(49%), 어업회사법인 순수해작(221%), 농업회사법인 자연향기(615%) 등 중소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거래량이 많은 만큼 대기업이 빠진 수혜를 중소·중견 기업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활성 고객은 1900만 명이 넘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선 CJ제일제당이 꾸린 반(反) 쿠팡 연합군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고, 지난달엔 11번가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을 벌였다. 이달엔 신세계그룹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가정간편식(HMR) 제품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제품 없이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은 중소·중견기업의 제품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