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를 둘러싼 쿠팡과 CJ제일제당(097950)의 '제통(製通·제조사와 유통사)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반(反) 쿠팡' 전선 구축에 나서자, 쿠팡은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며 날을 세웠다.

CJ제일제당 본사와 쿠팡 본사 전경. /각 사 제공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돌연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100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유피씨가 생산·납품하는 즉석밥의 경우 지난 1~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만410% 올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시아스(7270%), 참미푸드(1080%), 티엘푸드(290%). 미트리(170%) 등 중소기업들의 즉석밥 매출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쿠팡은 중소·중견기업이 만드는 즉석국, 냉동만두 등도 같은 기간 60%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쿠팡은 그러면서 "여러 식품 품목을 독과점해온 대기업 제품이 사라지면서 후발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쿠팡이 CJ제일제당과의 납품가 갈등 끝에 대체 상품 띄우기 나섰다는 분석이다. 쿠팡이 이날 중소·중견기업의 매출 신장 대표 제품으로 즉석밥과 냉동만두를 꼽은 것도 CJ제일제당을 염두에 둔 선택이란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과 냉동만두 '비비고'로 유명하다.

실제 쿠팡 측은 "쿠팡이 함께하고 싶은 기업의 기준은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가다"라면서 "특정 브랜드 인지도에 집중하기보다 제품력과 상품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공정한 판매 생태계가 쿠팡에 조성했다"고 말했다.

/쿠팡 제공

CJ제일제당이 반 쿠팡 연합 구축에 나선 것도 이번 쿠팡의 직접 대응을 부추겼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고, 지난달엔 11번가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연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달엔 신세계(004170)그룹 유통 3사(이마트(139480)·SSG닷컴·G마켓)와 가정간편식(HMR) 제품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만두, 식물성 제품 등을 공동 기획하고, 해당 제품을 신세계 유통 3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제통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커지면서 쿠팡의 지위가 단숨에 올랐고, CJ제일제당은 그동안 꾸준히 가격 결정권을 가져왔던 제조사인 만큼 이제는 제통 자존심 대결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햇반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그동안 가격 협상에서 늘 우위를 지녀왔지만, 쿠팡의 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쿠팡이 중소·중견기업의 매출 증가를 발표한 것은 제조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