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 경쟁 백화점 VIP(우수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 광교점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경기 남부 일대에 백화점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터줏대감 격인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갤러리아·롯데·현대·AK플라자 등 인근 라이벌 백화점 VIP 고객들에게 한시적으로 신세계 경기점 VIP 혜택을 준다고 공지했다.
기존 신세계(004170) VIP가 다른 백화점 VIP를 초대하면 둘 다 상품권을 받는다.
5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 두달간 신청한 사람에 한하며, 신청 일자로부터 3개월간 신세계 경기점 VIP 자격이 주어진다.
신세계 VIP 회원과 똑같이 VIP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고, 발렛파킹 서비스와 할인 혜택도 이용할 수 있다.
타 백화점에서의 회원 등급을 신세계 기준으로 맞춰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타 백화점에서 연간 4000만원 이상 사용한 VIP라면 신세계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들이 3개월간 신세계 경기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쓰면, 혜택은 3개월 단위로 연말까지 연장된다. 앞선 3개월간 3일에 걸쳐 500만원을 쓰면 골드 등급을, 1000만원을 쓰면 플래티넘 등급으로 다음 3개월간 부여받는다.
나아가 신세계 VIP가 다른 백화점 VIP를 경기점에 소개하면, 소개한 사람과 소개받은 사람 모두가 3만원짜리 식음료(F&B) 상품권과 10% 할인권 3매를 받는다. 타 백화점 VIP 중 신세계 경기점 VIP 혜택을 받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명품·럭셔리워치·쥬얼리 10% 할인 혜택을 추가로 받는다.
이는 경기 남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화점 간 치열한 VIP 모시기 전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7년 개점한 신세계 경기점은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과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이 생기기 전까지만해도 성남 분당, 용인, 수원 등지의 고객들이 즐겨 찾는 쇼핑 중심지였다.
그러나 2015년 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분당 고객을, 2020년 개점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이 수원 고객을 흡수하면서 신세계 경기점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됐다.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이 문을 연 첫 해(2020년), 신세계 경기점 매출은 전년 대비 12% 빠졌다. 그 해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은 약 3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신세계 경기점은 루이비통, 구찌 등 럭셔리 매장 규모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리고, 보테가베네타, 로에베 등을 입점시키는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매출은 1조4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며 전국 5위 규모의 매출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 경기점은 6442억원으로 전국 19위에 머물렀다.
아울러 갤러리아 광교점은 지난해 6191억원의 매출을 냈다. 루이비통도 입점돼 있는 신세계 경기점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3대 명품이 없는 갤러리아 광교점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지 못한 것이다.
갤러리아 광교점의 우수 고객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00만원 이상을 갤러리아에서 소비한 고객은 68%, 1000만원 이상을 사용한 고객은 80% 증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서도 다른 백화점 VIP 가운데 자발적으로 신세계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VIP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지만, 점포에서 먼저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 적은 처음”이라며 “신세계 경기점의 자체적인 이벤트이고 본사 차원에서 한 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지점에서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