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무신사 스튜디오. 지난 4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로 문 연 이곳은 오전부터 의류 샘플을 든 퀵 서비스 기사가 끊임없이 오갔다. 한쪽에선 패턴 샘플을 펼쳐둔 채 의류 제작 회의가 이어졌다.

여성복 브랜드 '기준'의 신명준 대표는 "신당에 무신사 스튜디오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입점을 결정했다"면서 "별도의 재고 창고를 갖춘 것은 물론 의류 소재 샘플을 펼쳐두고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기존에 운영했던 사무실마저 닫고 왔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점 내 워크룸 모습. /배동주 기자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국내 패션 생태계를 키우겠다"며 선보인 패션 브랜드 전용 사무 공간이 이제 신흥 패션 브랜드가 먼저 찾는 사무실로 자리매김하면서다. 2018년 동대문점 개점 후 5년 만에 5곳을 갖췄다.

특히 최근 문을 연 무신사 스튜디오 5호점은 개점 2개월여 만에 입주율 70%를 이뤘다. 조우리 무신사 스튜디오팀 팀장은 "신당점은 무신사가 지난 5년 동안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모두 담은 공간"이라며 "입주율 100%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점은 패션 브랜드를 위한 패션복합단지에 가까웠다. 지하 2층·지상 6층 총 8층의 단일 건물로 꾸려진 신당점은 의류 화보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갖춘 것은 물론 탈의실, 제작실, 재고 창고까지 있었다. 6층은 자연광 스튜디오로 꾸려졌다.

뿐만 아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대형 택배사와 협력해 입주사들이 원하는 시간에 수량, 횟수와 관계없이 택배 1건당 2000원 수준에 발송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택배 정상가의 60% 수준으로, 화보 촬영 등 스튜디오 이용에 필요한 카메라·조명 등 장비 대여는 무료다.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에 입주한 한 패션 브랜드 소속 디자이너 김현우씨는 "워크룸이라고 이름 붙은 제작실만 해도 다리가 높고 넓은 책상이 마련돼 있는데 옷을 펼쳐 두고 볼 수 있게 한 공간"이라면서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바탕이 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점 내 야외 스튜디오. /배동주 기자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에 자리 잡은 업체들이 모두 패션 관련 업체들이라는 점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공유 오피스 내에 이미 원단, 패턴, 라벨링 해주는 곳이 있어 업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브랜드와 협업이 잦은 디자인, 영상, 모델 에이전시 입주도 늘었다.

국내 패션 유행을 이끄는 '디스이즈네버댓'(디네댓), '크리틱'이 무신사 스튜디오에 안테나오피스(본사 외부 소규모 사무실)를 꾸린 이유에도 '원활한 협업'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 패션 브랜드 '쿠키'는 무신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다른 입점사와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기도 했다.

다만 임대료는 부담으로 꼽힌다. 무신사 스튜디오 신당점 기준 1인 임대료는 약 5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국내 주요 공유 오피스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사 대부분이 신흥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가 지닌 이용 편의성, 협업의 장점이 있지만, 무신사의 공유 오피스 운영이 패션 생태계 조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라면서 "디네댓, 크리틱과 같은 유명 브랜드는 손에 꼽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튜디오 점포 수를 꾸준히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건물을 장기 임차해 입주 기업에 재임대하는 전대차 운영 방식으로 인해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고정비 부담이 큰 게 사실이지만, 점포가 수가 늘면 운영 효율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