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AK플라자를 운영하는 애경그룹의 유통 계열사 에이케이에스앤디가 계열사의 도움으로 재무안정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데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근린형 쇼핑몰’ 사업이 최근 소비 경향과 맞지 않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K홀딩스(006840)는 에이케이에스앤디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금융증권과 맺은 주식담보 대출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애경산업(018250) 발행 기명식 보통주 217만 주와 애경케미칼(161000) 발행 기명식 보통주 530만 주를 담보로 500억원을 대출받아 지원한 바 있다.

앞서 에이케이에스앤디는 주식 수를 10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등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해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또 올해 3월과 4월에는 자회사 수원애경역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을 차입했다.

그래픽=정서희

에이케이에스앤디는 애경그룹의 유통 계열사다. 백화점인 AK플라자 수원·분당·평택·원주와 쇼핑몰 AK플라자 광명, AK&홍대·기흥·세종·금정점 등을 운영 중이다. 이중 AK플라자 수원점(수원애경역사)과 AK앤홍대(마포애경타운)는 별도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AK플라자는 한때 롯데, 신세계, 현대와 함께 백화점 ‘빅4′로 통했으나, 주요 점포에서 명품 브랜드가 철수하고 2019년엔 1호점인 구로점을 폐점하면서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에이케이에스앤디는 영업이익이 2020년 22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후 2021년 247억원, 지난해 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2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성장에 그쳤다. 백화점 업계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적자가 쌓이며 자본총계(117억원)가 자본금(2256억원)보다 적어져 지난해 자본잠식률 95%를 기록했다. 2019년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선 후 수치가 계속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195%에서 2020년, 2021년 각각 592%, 1102% 지난해 4095%로 급등했다.

업계에선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은 회사의 영업 전략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드는 시각이 많다.

AK플라자는 2021년부터 ‘명품 없는 지역 밀착형 쇼핑몰’을 표방해 백화점 1층에 명품 대신 식음료와 리빙 매장을 넣는 리뉴얼(재단장) 작업을 진행했다. 또 근린형 쇼핑몰 형태의 NSC(Neighborhood Shopping Center) 점포로 광명점, 금정점 등을 신규 출점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명품 구매가 폭등하면서 경쟁사들이 누린 코로나 특수를 보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AK플라자 분당점 1층 광장 전경. /김은영 기자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가는 에이케이에스앤디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하향 조정하면서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으로의 소비 이동과 양극화된 소비 성향이 중저가 패션 상품 중심의 동사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채널 시프트 가속화에 따른 고객 이탈과 중저가 패션 상품의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집객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영업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차입금 감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도 시장의 평가는 냉랭하다.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지 못해서다. 한 백화점업체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로 인해 명품 유치 능력이 백화점의 성공 요건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중소형 브랜드가 주축이 된 쇼핑몰 사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고준 대표의 대응책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인 고 대표는 2018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AK홀딩스의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AK플라자가 명품이 없다는 걸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백화점 업계를 보면 명품 매출도 떨어지는 실정”이라며 “현재로선 전략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 AK플라자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재무적인 개선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