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쓸 수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장점입니다. 대기업보다 생산 라인이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빠르고 유연하게 품질을 유지할 수 있죠. 이점을 고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요.”

강원도 강릉에서 단백질 바를 생산하는 조성은(58) 에스앤푸드 주식회사 대표는 자사 제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에스앤푸드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곰곰’ 단백질 바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업계 1위인 오리온(271560)을 제치고 쿠팡 단백질 바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회사가 한 달에 쿠팡에 납품하는 단백질 바 수는 5만 개에 달한다.

자사가 생사하는 '곰곰' 단백질 바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조성은 에스앤푸드 대표.

조 대표는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늦깎이 격영인이다. 미국 줄리아드 학교를 졸업하고 뉴저지 주립대에서 음악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런 그가 식품업계에 뛰어든 건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다.

국내 향료업계 1위인 서울향료를 창업한 조 대표의 부친은 2013년 콩나물과 두부 등을 생산하는 식료품 사업을 펼쳤지만, 수년째 적자를 겪던 중이었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 2018년 회사에 합류한 조 대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듬해 은행에서 30억원의 대출을 받아 건강식 스낵을 만드는 신설 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지었다.

조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단백질바를 즐겨 먹었는데, 국내에선 제대로 된 품질의 제품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며 “이왕 제조업에 뛰어들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장에 출시된 단백질 바보다 더 크고 단백질과 견과류가 더 많이 함유된 제품을 만들었다. 또 여러 차례 열처리해 불필요한 첨가물을 없애고, 고소한 풍미를 더해 특유의 텁텁한 식감을 없앴다.

그렇게 개발에 든 시간이 수개월. 조 대표는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바삭하고 감칠맛 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을 거듭했다”며 “개발에 실패해 버린 단백질 바만 1억원어치”라고 말했다.

만족할 만한 단백질 바를 만들었으나,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팔 곳에 없다는 것. 발품을 팔아 전국의 유통업체의 문을 두드렸으나, 열정만 있고 경력 없는 중소기업과 계약해 주는 곳이 없었다.

에스앤푸드 단백질 바 생산 현장.

그러다 쿠팡을 만나게 됐다. 그는 “아무리 해도 오프라인 점포에 입점이 안 돼 쿠팡에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PB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라며 “쿠팡을 우리의 오프라인 상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시장 1위인 오리온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로 약 4개월간 제품을 개발해 쿠팡에 단백질 바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달 만에 오리온을 제치고 쿠팡 내 단백질 바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는 대기업과 비교해 자사의 강점을 ‘작은 생산 라인’으로 꼽았다.

“대기업들은 우리보다 생산 라인이 2배가량 크다. 대량생산을 하면 품질 유지를 위해 건강에 안 좋은 첨가물을 넣는 등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2019년 쿠팡 입점 당시 2억원이던 단백질 바 연 매출은 지난해 30억원으로 4년 만에 매출이 15배가량 증가했다. 쿠팡에서 대박을 내자 식품 제조사와 유통 업체에서 납품 요청이 빗발치면서 회사 규모도 커졌다. 에스앤푸드의 작년 매출은 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7명으로 시작한 회사 임직원 수도 30명으로 늘어났다.

조 대표는 쿠팡과의 PB 파트너십이 ‘신의 한 수’였다고 강조했다. 고물가와 원재료비·고정비 상승에 따라 납품가 변동이 잦은 만큼, 유통사 PB가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PB로 가야한다고 마음 먹었다. 자체 브랜드를 출시해 대기업과 경쟁하기엔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좀 더 힘을 키우고 천천히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음악을 한 경험이 사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매일 4~5시간씩, 길면 8시간씩 연습하며 몸으로 익힌 ‘끈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며 결과를 기다릴 수 있었다”라고 했다.

에스앤푸드는 단백질 쉐이크와 파우더까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자체 브랜드인 ‘심플잇’을 통해 그래놀라와 누룽지 상품도 선보였다. 조 대표는 “우리 회사의 모든 제품은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라며 “환경과 건강을 위한 간식을 만들어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