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뷰티(H&B) 스토어 1위 올리브영이 '술'을 핵심 상품에 올렸다. 명동, 여의도 등 일부 매장에서 시험 운영했던 주류 판매를 최근 서울 주요 매장으로 확장했다. 온라인몰 오픈마켓 전환 추진에 술까지, 올리브영이 상장 전 '덩치 키우기'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주류 상품을 살펴보는 모습. /CJ올리브영 제공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 운영사 CJ올리브영은 이달 서울 강남·을지로 등 핵심 상권 매장의 음료 매대 재단장을 진행, 별도의 주류 매대를 설치했다. 지난해 3월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업 및 도소매업'을 추가해 일부 매장에서 시험 운영한 지 약 1년 만이다.

아울러 CJ올리브영은 별도의 주류 매대 설치가 어려운 소형 매장에선 음료 매대에 주류 상품을 추가 비치하는 방식으로 주류 판매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주류 상품을 비치·판매하는 올리브영 매장은 약 100곳으로 작년 말 70곳과 비교해 5개월여 만에 43% 늘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H&B 스토어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주류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재 소용량 와인, 하이볼 등 15종 내외의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데, 향후 주류 판매 매장은 물론 전통주 등으로 주류 상품군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외형 확장 수단에 술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비롯한 홈술·혼술 트렌드로 소주 맥주 외에 새로운 술을 찾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만 해도 지난 4월 주류 매출이 시험 판매 초기와 비교해 40% 늘었다.

주류는 CJ올리브영의 온라인 강화와도 맞물린다. 최근 사업 목적에 통신판매중개업을 추가하며 추진 중인 온라인몰 오픈마켓 전환에 전통주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거래액 증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위스키는 매장 픽업 서비스인 '오늘드림'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시장에선 CJ올리브영의 주류 판매와 온라인몰 오픈마켓 전환이 증권시장 상장에 재도전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2021년 11월 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8월 증시 불황으로 잠정 연기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언제 IPO에 다시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매출 등에서 외형 성장을 이루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술은 매장 방문 고객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동시에 온라인몰과의 연계가 쉬운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일각에선 CJ올리브영의 이번 주류 확장이 H&B 스토어와의 거리두기 작업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GS리테일(007070)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023530)의 롭스가 H&B 스토어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를 결정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 거래 의혹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한 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올해 1분기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은 71%로,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시장지배력 활용 독점 거래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화장품 등 뷰티 상품의 경우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올리브영이 화장품만 파는 곳도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주류는 특히 올리브영이 H&B에 한정된 사업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딱 맞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랄라블라, 롭스 등이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에서 전부 또는 대폭 철수를 진행하는 동안 상품 카테고리를 식품 등으로 확장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연결 매출은 2조7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 증가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류 판매는 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에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일상이 된 것에 착안해 소용량, 저도주 등 올리브영만의 주류 상품군을 선보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