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지누스(013890) 띄우기에 나섰다. ‘리빙 사업 매출 5조원’을 목표로 지누스 인수에 약 9000억원을 쏟는 이른바 ‘빅딜’을 진행했지만, 실적 부진에 주가마저 급락한 탓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늘리고, 글로벌 마게팅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후 지분 가치 기준 60%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3월 한때 8만원도 넘었던 주가가 1년여 만인 현재 3만대로 떨어지면서다. 전날 종가 기준 지누스 주가는 3만1000원으로 지난해 최고가 8만800원과 비교해 62% 하락했다.

그래픽=손민균

현대백화점은 작년 5월 8790억원을 투입해 지누스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경영권 포함)를 7747억원에 인수하고,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1주당 발행가액만 8만3800원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이후 전국 13개 백화점 점포에 지누스 매장을 여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업황 부진을 넘어서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원자재·물류 가격 상승이 겹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들어 1분기 영업이익은 71% 줄었다.

특히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위기가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돌돌 말아 배송하는 것으로 뜬 지누스는 이른바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릴 정도로 미국 의존도가 높다. 전체 매출의 80%가 미국에서 나왔지만, 올해 미국 고객사들이 시장 침체로 발주를 제한했다.

지누스의 부진은 현대백화점 자체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현대백화점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그 배경으로 지누스의 부진을 꼽아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현대백화점 목표주가를 8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내리면서 지누스의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적 부진, 주가 하락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을 중심이었던 지누스의 판매 채널이 현대백화점으로 확장하면서 국내 매출은 되레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누스의 1분기 국내 매출은 약 61% 늘었다.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지누스 팝업스토어 현장.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사업 5조원 매출 목표의 핵심이라는 점도 지원 확대를 이끌고 있다. 지누스는 국내 사업에 머물러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계열사 현대리바트(079430), 현대L&C와 달리 해외 19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누스가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9000억원을 들여 지누스를 인수한 데에는 지누스가 이미 구축한 해외 유통망이 고평가됐다”면서 “인수 당시 밝힌 그룹 내 리빙 계열사와 시너지 창출도 사실은 지누스를 중심으로 리바트의 가구, L&C의 건자재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지누스 팝업스토어를 킨텍스점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백화점 점포 전용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 객단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에서 ‘한국 대표 고급 백화점 계열 브랜드’라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미국 시장 부진으로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매출은 늘어나는 등 일부 성장했다”면서 “백화점과 지누스 간 협업 핫라인을 구축하고, 이르면 6월 매트리스 신제품 출시를 공동 추진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