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스타필드 아냐?’

3일 찾은 인천 연수구의 대형마트 ‘이마트 연수점’. 신세계(004170)그룹 이마트(139480)가 약 6개월의 시간을 쏟아 두번째 ‘미래형 대형마트’로 재단장해 개장한 이곳은 대형마트라기보다 복합쇼핑시설에 가까웠다. 1층 신선·가공식품 매장도 이색 볼거리 중심으로 ‘확’ 변했다.

이마트 연수점 식당가인 '연수미식가'. /배동주 기자

이마트 연수점 1층, 매장 입구로 들어서자 유럽식 브런치 레스토랑 ‘씨장’이 눈길을 끌었다. 옆으로는 스타벅스가, 맞은편에는 유명 맛집인 ‘탐광’(가츠동), ‘뜸’(솥밥)이 자리했다. 대형마트 초입엔 의류·잡화·화장품 매장을 입점시키는 대형마트의 불문율을 보란 듯이 깬 채였다.

특히 이마트는 이곳 식당가를 연수미식가(美食街)로 명명하고, 인천에 없는 유명 식당 10곳을 배치했다. 입구 좌측을 따라 1~2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총 25곳 식당이 포진해 있었다. 연수미식가를 지나면 그제야 잡화, 화장품 매장이 나온다. 식료품은 더 안쪽에 자리했다.

이마트는 연수점을 ‘놀러 왔다가 장도 보고 가는 인천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번 재단장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미식가를 지난 2층에선 아예 쇼핑몰이 펼쳐졌다. ‘ABC마트’, ‘모이몰른’ 등 22개 패션 브랜드가 포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연상케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에 연수점을 재단장하면서 이마트가 선보이고자 하는 미래형 대형마트의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면서 “단순히 장을 보고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보기부터 외식, 레저, 문화 활동이 가능한 복합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연수점 내 트램펄린 테마파크인 ‘바운스칠드런스파크’. /배동주 기자
이마트 연수점 식당가에 있는 스마트팜 카페의 모습. /배동주 기자

실제 이마트는 연수점에 식당가와 패션 브랜드관 뿐만 아니라 트램펄린 테마파크인 ‘바운스칠드런스파크’를 도입했고, 플라워숍인 ‘플라워 마르쉐’에서 교육 행사도 진행한다. 또 인천 야구단인 SSG랜더스 소속 선수의 용품을 선보이는 ‘랜더스 광장’도 새로운 볼거리로 구비했다.

이로써 이마트 연수점의 공간 구성도 완전히 변했다. 전체 1만8512㎡(5600평) 중 3800평을 이마트가 식료품·잡화 판매 매장으로 사용했지만, 이번 재단장 이후 1600평으로 축소했다.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는 PP센터를 제외한 3500평 공간을 모두 식당 등 전문 매장에 할애했다.

이마트는 여기에 대형마트의 본질로 꼽히는 장보기 기능마저 이색 볼거리로 바꿨다. 이마트는 연수점 내 잡화 판매 공간은 줄이면서도 식료품을 파는 그로서리 매장만큼은 기존 3867㎡(1170평)에서 4297㎡(1300평)로 확대, 스마트팜과 참치 정육점, 치킨 로봇 등을 배치했다.

스마트팜은 연수미식가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이마트 본 매장 좌측에 자리했다. 포스코의 스마트팜 설비를 가져와 구축한 스마트팜으로 이마트는 이곳에서 채소 4종을 직접 재배해 판매했다. 판매하는 4종 채소는 모두 고객의 요청에 따라 그 자리에서 포장, 신선함을 강조했다.

이마트 연수점 식품 매장 내 '참치 정육점'. /배동주 기자
이마트 연수점 참치 정육점에서 직원이 참치를 해체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참치 정육점에선 참다랑어가 해체되고 있었다.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006040)이 직접 꾸린 해당 매장에선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참치를 손질해 판매했다. 참치 정육점 매장 직원은 “현장에서 해체한 참치를 고객이 원하는 두께로 다시 손질해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연수점의 참치 정육점 앞에서 만난 한 인천 시민은 “주말에 장을 볼 때나 이곳을 찾았는데 최근 재개장 후 식당가에 음식점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온 김에 매장으로 들어왔다가 참치 회를 사갈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이번 연수점 재단장을 시작으로 기존 점포의 미래형 대형마트 재개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쇼핑몰 형태를 가미한 미래형 대형마트 개점이 방문 고객 수 증가를 이끌 뿐만 아니라, 이마트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매장 매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 연수점은 리뉴얼 개장한 3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약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방문 고객 수는 23%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 연수점은 이번 재단장으로 직영 매장 규모가 절반가량으로 줄었지만, 직영 매장 매출은 15%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가운데)이 이마트 연수점을 둘러보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이마트는 오는 7월 킨텍스점을 포함 올해 10개 매장을 미래형 대형마트로 재단장한다는 계획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 연수점은 고객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대형마트에 와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매장”이라며 “혁신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외에도 대형마트들은 최근 점포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음식료품 거래액이 지난 1분기에만 2조4656억원(통계청)을 기록하는 등 장을 보는 중심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탓이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을 강화한 특화매장을 열고 있다.

한편 이날 이마트 연수점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방문했다. 정 부회장은 주류 상품군을 늘린 ‘와인 앤 리큐르’ 매장, 참치 정육점이 있는 수산물 매장 등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이후 “오프라인 미래는 공간혁신에 있다”면서 “고객이 이마트를 찾는 이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