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CM가 발표한 지난해 거래액 이미지. 한 달 뒤 29CM는 거래액 표기를 번복했다. /29CM 제공

명품, 패션 등 일부 플랫폼들이 반품·취소 금액을 포함해 거래액을 부풀리거나 불투명한 정보로 외부 투자에 유리한 지표를 발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순수 거래액을 기준으로 한 ‘실거래액’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 플랫폼들이 고객이 실질적으로 구매 완료한 구매 확정 기준 ‘실거래액’을 쓰는 대신 ‘총거래액(GMV)’으로 표기해 거래액을 과장하는 등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는 지난 1월 2022년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80% 신장한 6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9CM는 한 달 뒤 거래액 표기를 번복했다. 29CM 측은 구매 확정 기준 실거래액이 4878억원이며, 통상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취급하는 주문금액 기준 연간 거래액은 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취소, 환불, 반품 등 실질적으로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부분까지 거래액에 포함했다가 이를 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9CM 관계자는 “총거래액 기준으로 성과를 발표해온 업계 관행에 따라 연초 실적 발표를 6000억 돌파로 진행했다”면서도 “앞으로 필요하다면 무신사가 사용 중인 구매 확정(실거래액) 기준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9CM와 유사한 패션 플랫폼인 W컨셉과 에이블리 등은 취소, 환불, 반품 등의 금액을 제외한 구매 확정 후 실질 금액 지표인 ‘실거래액’을 기준으로 거래액을 발표한다.

W컨셉은 2021년 5월 SSG닷컴 자회사로 인수된 후 이마트(139480) 공시를 통해 분기별 거래액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W컨셉의 거래액은 4579억원으로, 주문 금액에서 세금과 에누리를 포함하고, 실거래가 아닌 취소·반품을 제외해 책정했다.

에이블리 역시 취소·반품 등은 모두 제외하고 순수 결제 금액 기준으로 집계해 실거래액 기준으로 거래액을 공개한다.

그간 총거래액을 발표해온 명품플랫폼 발란(왼쪽부터), 머스트잇, 트렌비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브랜디나 지그재그 같은 패션 플랫폼뿐만 아니라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들도 실거래액이 아닌 총거래액으로 기준을 맞춰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에 혼란을 줬다.

다만 지난해 거래액을 발표한 지그재그, 발란과 달리 타 플랫폼은 올해 아예 지난해 거래액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외부 투자를 위한 기업 실사단에 재무 상태를 공유하는데 그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 관계자는 “그간 업계에서 총거래액을 표시하는 관행에 따랐는데 실거래액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며 “다만, 명품 플랫폼 업계가 모두 동일하게 실거래액으로 표기해 혼동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그간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실거래액이 아닌 총거래액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이 만연한 건 사실”이라면서 “거래액 집계 기준이 회사마다 모두 달라 사실상 플랫폼의 도덕성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통계 혼동이 발생하는 것은 비상장사인 기업이 회계 기준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책정한 거래액 기준을 발표하면 이를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VC(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을 밸류에이션(가치평가)할 때, 기업의 재무 상태도 살펴보지만, 기본적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측정하게 된다”며 “스타트업이나 유통 플랫폼 같은 경우 적자인 경우가 대다수이고, 거래액이나 앱 사용자 수 등의 지표를 활용하므로 이를 더욱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 플랫폼 관계자는 “거래액의 경우 취소나 환불액을 포함하는 것은 허수라고 볼 수 있다”며 “거래액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허위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들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할 때 대기업이 실사하는 것처럼 수치와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고, 명확한 실거래액 등을 공개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동흠 회계사는 “총거래액으로 자료를 낸다면 왜곡될 소지가 있어보인다”며 “옛날에야 총거래액을 발표해서 투자를 잘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왜곡된) 총거래액일 경우 결국 화살로 돌아와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