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033780)와 행동주의 펀드 간 주주총회 표 대결이 KT&G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주가가 2007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제안으로 잇달아 주주총회에 상정한 현금배당 증액, 자사주 소각·취득 등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28일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해 상정한 총 18건 안건 중 분기 배당 신설의 건을 제외한 17건이 부결·폐기됐다.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 /배동주 기자

부결된 안건은 구체적으로 현금배당 증액(2건), 평가보상위원회 신설, 자기주식 소각 결정 권한 추가, 분기 배당 등 부칙 개정, 자기주식 소각·취득, 사외이사 선임(5건), 감사위원 선임(5건) 등이다.

반면 KT&G가 이사회 결의로 상정한 현금배당, 사외이사 현원 유지 및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각 2건) 안건은 모두 원안 가결됐다. 행동주의 펀드 제안 중 유일하게 가결된 분기 배당 신설 역시도 KT&G 이사회가 의결 상정한 동일 안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FCP의 현금배당 주당 1만원, 안다자산운용의 현금배당 주당 7847원에 맞서 KT&G가 책정한 5000원 배당안마저 60% 넘는 찬성표를 받았다. 현금배당 주당 1만원은 전자 투표를 포함한 출석 주주의 30% 수준 찬성을, 7867원은 1%대 찬성을 받는 데 그쳤다.

배당 확대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가 부진을 지적하며 내세운 주가 부양의 핵심이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FCP는 "KT&G는 6조원이 넘는 현금화 가능 자산을 갖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이의 절반 수준"이라며 배당 1만원 찬성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KT&G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게 행동주의 펀드의 패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KT&G 지분 7.0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이미 KT&G 이사회가 내놓은 이익배당 안 등 모든 안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KT&G 경영진의 제안에 지지를 선언하면서 국내 기관 기준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도 같은 표를 행사했을 것"이라면서 "KT&G는 우리사주조합 등 우호지분 등 30% 정도의 안정된 표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 /배동주 기자

FCP나 안다자산운용의 이사회 진입도 일제히 실패했다. 앞서 FCP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에 올린 만큼 적어도 차 부회장은 사외이사에 선임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투표에서 충분한 표를 얻지 못했다.

사외이사 수도 6명 유지인 KT&G안으로 가결됐다. 신임 사외이사에는 신한은행·신한금융지주 등을 거친 김명철 SEE 고문,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가 각각 선임됐다. 두명 사외이사 모두 KT&G 이사회가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선정했다.

한편 회사의 주주환원 전략과 경영 시스템 변화 가능성으로 'KT&G 운명의 날'로도 불렸던 이날 주총은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2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애초 오전 10시 개최를 예정했지만, 출석 주식 수와 주주 집계 등으로 1시간 반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백복인 KT&G 대표는 "향후 장기적 관점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와 구성원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주요 기업으로 반드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