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17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받고도 대규모 적자를 낸 농업기술 스타트업인 그린랩스의 신상훈 대표가 투자사들의 주주간 합의가 더 지연될 경우 15일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는 주주 편지를 보냈다.

이는 주주간 합의 문제로 그린랩스의 추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당초 그린랩스는 지난 8일 전체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고 오는 9일 주주총회가 열어 추가 투자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린랩스 CI. /그린랩스 제공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대표는 이날 BRV캐피털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 SK스퀘어 등 주주사에게 이날까지 투자와 관련된 합의를 종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직원들의 희망퇴직 급여 정산을 위한 것이다. 그린랩스는 두 달치 임금을 보전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는 “추가 투자를 전제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상황이라 현재 잔고로는 지급이 불가하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15일부러 회생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요 인력의 이탈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력자산이 매우 중요한 회사는 법정관리절차에 따른 기업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파산 절차의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날 중으로 주주간 합의서를 체결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했다.

그린랩스의 주주사인 미국 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투자 플랫폼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는 전환사채 형식으로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을 그린랩스에 추가 투입할 계획이었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창업자 3명 중 2명의 지분을 차등감자하고 기존 주주들의 계약을 무효화하며 기존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 중 주주사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도 있었다. 앞으로 전환사채로 투자가 이뤄진 다음 1년 6개월 안에 추가 투자를 받을 경우와 받지 못할 경우에 따라 조건은 달라진다.

주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바로 전환사채 이후에 이뤄질 추가 투자와 관련된 조건이다. 추가 투자가 이뤄지기 위한 최소 투자액 등 기준점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이 문제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추가 투자가 이뤄지기엔 허들(장애물)이 너무 높아서 그 기준을 낮추자는 게 BRV캐피털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를 제외한 주주들의 이야기”라면서 “이 계약서 대로라면 다른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어서 쉽게 다른 주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도 회수하는 편이 나은지 다른 방식으로 회수하는 편이 나을지 주주사들의 계산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작년 초에 17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도 추가 투자를 받지 않으면 희망퇴직 비용까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하니 기업경영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