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의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는 영원무역의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009970)가 2020년 중장기 배당 정책을 공시한 지 2년 만에 정책을 바꿨다.
이렇게 바뀐 배당정책에 따르면 주주들이 얻는 배당 이익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주이익에 반하는 공시를 예고도 없이 내자 주주들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증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영원무역홀딩스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2020년 11월 이사회 결의로 수립한 중장기 배당정책과 비교했을 때 기준과 비율이 다르다. 당시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성향 10%대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재무제표상 연결 기준으로 배당을 하는 것과 개별 기준으로 배당을 하는 것은 규모상 큰 차이가 있다.
2021년 기준 연결 재무제표상 순이익은 2207억원이고, 별도 재무제표상 순이익은 235억원이기 때문이다. 연결 재무제표의 10%일 때 배당 재원은 220억원이지만, 별도 재무제표 기준 50%일 때 배당 재원은 117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성향을 따져봐도 일반 주주의 배당 손실은 거의 확정적이다. 배당성향이 거의 10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19년 배당성향은 77.7%, 2020년은 91.8%, 2021년은 98.4%였다.
투자자들은 갑작스런 배당정책 변경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배당 정책을 바꾸고 싶었다면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 말 배당은 작년 12월 말 보유 주주에게만 주어진다. 작년 하반기에 배당 수익을 감안하고 투자한 이들은 예상보다 적은 배당수익을 얻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납득할 수 없이 중요한 배당 정책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생각보다 실적이 좋아 주주와 배당을 많이 나눠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주주 구성을 보면 성기학 회장의 지분이 16.77%, 2세인 성래은 사장의 지분이 0.03%다. 성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6.25% 수준이다. 배당의 절반은 일반 주주에게 흘러간다.
또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대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눕시 패딩' 인기에 힘입어 자회사 영원무역의 실적이 좋을 수 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노스페이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가량 성장한 약 8400억원(소비자 가격 기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노스페이스가 국내 시장에 출범한 25년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영원무역홀딩스가 기업 규모에 맞지 않게 주식이 저평가 되는 이유가 주주환원정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꼽고 있다. 배당 정책이 갑작스럽게 변경되기 이전부터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영원무역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도 합작사인 일본 골드윈과 과실을 나눌 뿐 영원무역홀딩스 주주와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노스페이스 한국·일본 판권을 가진 일본 골드윈은 영원아웃도어의 지분 40.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증권가 관계자는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는 모두 업계에서 뛰어난 사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 회사인데, 이런 회사가 저평가를 받아왔던 것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이번엔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인 배당 정책까지 한번에 말을 바꾸면서 주주신뢰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홀딩스 측은 "8일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주주들의 우려를 덜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배당정책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