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역 6번 출구 인근의 한 건물, '유명 브랜드 최대 90% 할인'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빨간 현수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 금천동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마리오아울렛이 지난달 23일부터 운영 중인 '출장 판매' 현장이다.
1, 2층에 걸쳐 총 991m²(300여 평) 공간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 속옷, 여성복, 주방용품 등을 판매한다.
'70~90% 할인'이라는 안내 문구답게 79만9900원짜리 머렐 패딩 점퍼엔 19만9000원, 25만9000원짜리 케이스위스 기모 바지엔 2만9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운동화는 1만9900원, 남성용 트렁크 팬티는 3장에 1만원이었다.
근거리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대표 매장)이 즐비한 청담동에 마리오아울렛이 할인 매장을 연 이유는 '유명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자사의 콘셉트를 알리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3개월 전부터 준비했으며, 역발상 아이디어로 큰 호응을 얻었다"라며 "행사 첫날에는 매장 밖에 긴 줄이 세워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점 한 달 만에 찾은 매장은 한산했다. 걸려 있는 제품들도 1~2년차 상품과 함께 케이스위스, 린, KYJ골프 등 영업을 중단한 브랜드 제품이 많았다. '2018년 뉴욕 시티 마라톤' 로고가 들어간 점퍼도 있었다.
1~2층에서 10분가량 머물며 만난 고객은 5명 정도로, 직원 수보다 적었다. 제품을 정리하던 직원들은 "손님이 적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리오아울렛은 2001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 도심형 패션 아웃렛이다. 가산동을 '아웃렛 메카'로 띄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쇼핑 트렌드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마리오아울렛을 운영하는 마리오쇼핑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18년 515억원이었지만, 2021년 348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억원에서 35억원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이곳만이 아니다. 가산동을 대표하는 도심형 아웃렛인 W몰도 부진을 이유로 개점 27년 만인 올해 9월부로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W몰은 2020년 영업 손실 34억원을 기록한 후 이듬해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한 아웃렛 업체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초저가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가산동 아웃렛 타운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도심형 아웃렛이 주로 취급하는 건 국내 중저가 패션 브랜드였는데, 이를 소비하는 수요가 온라인 쇼핑몰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퀸잇, 포스티, 레이지나잇 등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할인해 판매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도심형 아웃렛을 위협하고 있다.
체험형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의 니즈(요구)에 부합하지 못한 것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상품을 결제하는 소비 행태가 자리잡으면서 철 지난 재고 상품을 할인해 파는 아웃렛은 어느 곳에도 낄 수 없었다.
여기에 가산디지털단지를 주변으로 서부간선도로까지 상습적으로 이어지는 교통난도 쇼핑객들의 발길을 뜸하게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은 쿠팡과 다이소로, 패션 소비자는 무신사과 같은 온라인 버티컬 플랫폼으로 넘어가면서 도심형 아웃렛 업태 자체가 직격탄을 맞았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도심형 아웃렛의 입지가 좁아진 것과 달리 주요 교외형 프리미엄 아웃렛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과 롯데 의왕 타임빌라스의 경우 지난해 각각 매출 4541억원, 3035억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 점포는 공간의 절반 이상을 체험과 휴게 공간으로 조성해 여가와 쇼핑을 함께 즐기려는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마리오쇼핑 측은 코로나 시기를 거쳐 매출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시장의 평가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54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올 들어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17%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