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둔 유통업계가 유료 멤버십 재정비에 나선다.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고객 가두기)'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이마트(139480)는 올해 수익성 개선 전략의 일환으로 신세계그룹 통합 유료 멤버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 SSG닷컴과 G마켓 2개 사를 통합한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운영 중(회원 수 300만 명 추정)인데, 여기에 이마트, 백화점, 면세점,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해 총 6개 사를 연계한 유료 멤버십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멤버십은 이르면 올해 6~7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기존 '스마일클럽'의 이름을 쓰면서 혜택을 확대할지, 새로운 멤버십을 출범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현재 임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멤버십 이름을 짓는 사내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29조333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G마켓, 스타벅스 지분 인수에 따른 상각비 반영 및 스타벅스 캐리백 환불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게 원인이다.
올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수익성 중심 경영'을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연결 기준 매출 31조29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통합 멤버십 출범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커머스 업계 중 통합 멤버십을 운영하는 쿠팡이 빠른 배송(로켓배송)을, 네이버가 적립 혜택을 내세웠다면, 이마트는 자사의 온오프라인 채널을 융합한 서비스를 앞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KT(030200)와의 혜택 결합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2021년부터 펼쳐온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의 일환이기도 하다. '필요한 모든 것을 신세계 안에서 얻는다'는 개념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의 강점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다 가진 것"이라며 "그룹이 추구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실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 걸쳐 있는 그룹의 전 채널을 하나로 모아 고객 접점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국내 유통업체 중 유료 멤버십 회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쿠팡(회원수 1000만 명 추정)은 지난해 12월 유료 멤버십 명칭을 기존 '로켓와우'에서 '와우멤버십'으로 바꿨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유료 멤버십을 출범한 쿠팡은 월 회비 2900원에 로켓배송, 무료배송, 무료반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20년 12월에는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범, 서비스를 늘렸다.
세계 1위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상거래와 콘텐츠를 연계한 유료 멤버십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였듯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배력을 굳히기 위해서다.
쿠팡은 손흥민 소속팀인 영국 토트넘 홋스퍼 FC 내한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등 쿠팡플레이를 통한 유료 멤버십 회원을 확대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멤버십 회비를 월 49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이탈률이 낮았던 이유도 다양한 혜택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멤버십 회비 인상은 지난해 3분기 쿠팡이 로켓배송 출범 후 8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컬리도 유료 멤버십 도입을 염두에 둔 '베네핏 패키지'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해당 패키지를 구매하면, 3개월간 적립금과 할인쿠폰 지급, 무료배송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작년 12월에 패키지를 한정 판매했고, 3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컬리 관계자는 "시범 운영 종료 후 이용자들의 패턴과 만족도 등을 분석해 향후 유료 멤버십 도입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료 멤버십은 단순 구매를 넘어 구독을 통한 '관계' 구축을 위해 기업들에게 선호된다. 최근에는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짜' 멤버십만 남겨두고 해지하는 움직임이 늘면서 내용을 재정비하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선 혜택이 과도하거나 애매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멤버십 서비스가 범람하다 보니 고객들이 '본전을 뽑았다'고 여기는 기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티몬은 2018년부터 운영하던 유료 멤버십 '슈퍼세이브'를 최근 종료한 바 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배송비를 깎아주고 부록만 줘도 혜택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부가 서비스 혜택이 연회비의 2~3배는 되어야 만족한다"면서 "섣불리 유료 멤버십에 덤볐다간 안정적인 매출은커녕 비용만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