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는 디자이너’,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세대’로 불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는 이사회 의장만을 맡아 사업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고, 신임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책임 경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15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김봉진 대표는 지난달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후 13년 만으로 2019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후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퇴진을 택했다.
특히 김 대표는 2020년 초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을 맡을 당시에도 공동 대표로 대표직을 유지한 바 있다.
이로써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수장에 오른 이국환 신임 대표(전 우아한형제들 최고운영책임자) 단일 체제로 운영된다. 2020년 초 김범준 대표 선임 이후 약 3년 동안 이어졌던 공동 대표 체제도 종료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외부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속 대표직을 수행해 오다 지난달 사임을 정했다”면서 “책임과 권한을 신임 이국환 대표에게 일임하고, 신임 대표가 책임 경영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단일 대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웹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는 배달 시장을 산업으로 키운 주역으로 통한다. 음식점 전단지를 모바일로 옮긴 뒤 배달 주문을 중개, 2020년 기준 4조7500억원 가치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최대주주는 딜리버리히어로(DH)지만, 여전히 지분 8.36%를 가진 개인 대주주로 남아있다.
김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2020년 초 김범준 대표를 선임할 당시 이미 이사회 의장에 올라, 대외 업무 상당수를 김범준 대표에 일임했다. 김 대표는 이른바 ‘C레벨’로 불리는 고위 임원 회의 등 내부 주요 회의를 주관했다.
회사 성장으로 업무가 복잡해 진 것도 대표 퇴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물류사인 우아한청년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푸드테크를 두고 있다. 올해는 배달로봇 사업 회사를 신설, 창업 초기와 달리 전문 경영인의 역량이 필요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성장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여기저기 김 의장을 부르는 곳이 많아졌다”면서 “여기에 배달 수수료 논란 등 소상공인과의 갈등으로 창업자 대표가 집중 표적이 됐던 것도 회사의 현재를 대표에 일임하는 선택을 이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보통신(IT) 벤처 기업들에선 창업자가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최대주주이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쿠팡 대표가 아닌 쿠팡inc 의장을 맡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대표가 빠진 신임 이국환 단일 대표 체제서 위기관리 및 사업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휠라코리아 전략실장 출신으로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 특히 경영 위험 관리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봉진 대표는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사내이사직은 계속 유지한다”면서 “DH와 우아한형제들이 2021년 1월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법인인 ‘우아DH아시아’에서의 이사회 의장직도 동일하게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