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미래형 물류센터를 만들겠다

지난 2일 찾은 대구 달성군 쿠팡 대구 3 풀필먼트(물류)센터. 이 물류센터에는 수백대의 로봇이 고객에게 배송할 상품을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약 1m 높이의 분류로봇(소팅봇·sorting bot)은 쿠팡 작업자가 고객에게 배송할 상품을 올려놓자 일사불란하게 대전, 울산, 대구 등 지역에 맞춰 분류했다. 로봇끼리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바닥에 있는 QR코드에 따라 설정된 경로로 운행하고, 최단 거리를 계산해 물건을 분류하고 있었다.

1초에 2.5m가량을 움직일 수 있는 이 로봇은 5kg 미만의 소규모 상품을 사람 대신 운반한다. 쿠팡 측에 따르면 수백대가 매일 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2시간을 충전하면 최대 8시간까지 운행이 가능해 작업 효율성도 높였다.

쿠팡 대구 FC 풀필먼트센터에 있는 수십대의 분류로봇(소팅봇)이 물건을 나르는 모습. /이신혜 기자

◇진열·집품도 무인운반로봇이 도와…생수·세제 등은 운반 어려움 한계도

이곳의 7층에는 AGV(무인운반로봇)가 집품 작업을 돕고 있었다. 전통 물류센터에서는 사람이 선반을 오가며 상품군을 나누고, 선반을 하나씩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물류센터에서는 1000대 이상의 AGV가 2분 안에 창고에 쌓여있는 수백 개 상품을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고무장갑이나 행주, 신발, 멀티콘센트 등을 작업자에게 전달한 AGV는 최대 1톤(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소팅봇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가로와 세로로 직렬 형식으로 움직인다.

AGV가 묶음으로 가져온 물품을 작업자가 인계해 진열 및 출고를 담당한다. AGV가 물건을 전달하면 모니터 화면에 어떤 바구니에 어떤 상품을 넣어야 하는지 불빛이 들어온다. A1~12, B1~12, C1~12 등 36개의 칸이 나눠진 모니터에 초록색 불빛이 들어오면 작업자는 불빛이 들어온 번호의 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집품 단계를 거친 물건들은 고객들의 주소지별로 나뉘어 묶음 배송된다. 쿠팡은 AGV의 도입으로 인해 현장 작업자의 업무량이 전통 물류센터 대비 65%가량 줄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생수나 세제와 같은 무거운 물건의 운반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 한계에 대해서 쿠팡 측 관계자는 "무거운 물건의 경우 대구 1 물류센터나 대구 2 물류센터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대구FC 풀필먼트 센터에서 무인지게차가 상품을 들어올리려는 모습. /이신혜 기자

◇최대 1.5톤 적재가능한 무인지게차...작업자 공간과 분리 '안전성 높여'

쿠팡이 공개한 마지막 장소는 5층에 있는 무인지게차 작업 현장이었다. 이곳은 일반 고객들이 아닌 다른 물류센터로 재고가 부족한 상품을 옮기는 곳이다. 때문에 박스째 담겨 물건이 운반된다.

작업자가 운반을 원하는 상품의 번호를 누르면 사람이 타지 않는 지게차가 최대 1.5톤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음료, 세제 등 대용량 제품이 담긴 박스를 지게차가 스스로 팔레트를 올리고 내린다. 지게차는 대용량의 상품을 싣고 움직이기에 이를 미처 못 본 작업자가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

실제 현장에서 지게차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무인지게차가 움직이는 공간과 작업자가 움직이는 공간을 분리했다. 펜스를 설치해 지게차가 움직이는 공간에 작업자가 들어갈 수 없도록 설계했다.

◇ 축구장 46개 규모 미래형 물류센터... "인간과 AI 공존가능"

쿠팡은 지난해 3월 연면적 33만㎡(약 10만평)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의 물류센터 준공을 완료했다. 이때 쿠팡이 강조한 것은 지역민들을 고용해 지역 경제 역시 부흥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아시아권 최대 풀필먼트센터이기도 한 대구FC 풀필먼트 센터 건립을 위해 3200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면적에 AI·물류 로봇 등 설비를 대거 투입했다. 향후 이곳에서 작업하는 로봇 및 인공지능 시스템을 다른 물류센터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영남권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쿠팡 측이 밝힌 대구 FC 물류센터의 목표 직고용 인원은 2500명이다.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12년간 디지털 기술을 혁신하며 인공지능과 자동화 로봇으로 최첨단 물류 인프라를 만들었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형 물류 센터를 통해 작업자들의 고용 강도를 낮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