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홈쇼핑과 IPTV(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이 서비스하는 인터넷TV),SO(종합유선방송 사업자, CJ헬로·티브로드·딜라이브·현대HCN·CMB 등)간 송출 수수료 갈등 속에서 정작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홈쇼핑에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라는 쇼호스트들의 증언이 나왔다.

3일 익명을 요구한 쇼호스트 3명은 본인의 직장이기도 한 홈쇼핑 채널에 대해 어렵게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홈쇼핑 채널의 상생(相生)을 위해서는 왜곡된 수수료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쇼호스트들 “中企, 방송 횟수 늘수록 현금은 돌지만 적자는 쌓이는 모순적 구조”

쇼호스트 A씨는 최근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 대표에게 “이제는 홈쇼핑에서 파는 걸 광고비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홈쇼핑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방송시간당 수수료를 내는 정액 수수료와 판매액 중 일부를 정률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처럼 이중 수수료를 홈쇼핑에 내야해 소위 ‘대박’이 나지 않는 한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독자적이거나 획기적인 상품이 아닌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방송 시간을 늘려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거나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A씨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방송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현금은 돌지만 적자는 쌓이는 모순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쇼호스트 B씨 역시 “판매 기업이 홈쇼핑에 방송시간에 대해 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매출에서도 일정 퍼센트(%)를 떼어가는 구조인데,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TV홈쇼핑과 중소기업이 파트너로서 함께하는 구조가 오래 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홈쇼핑 송출 수수료 ‘첨예한 대립’…피해는 고스란히 中企 몫

중소기업이 내는 수수료 중 일부는 홈쇼핑의 운영비 및 송출 수수료의 재원으로 쓰인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방송채널 보유자)에게 내는 채널 사용료를 의미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홈쇼핑(TV홈쇼핑 채널 7개, 데이터홈쇼핑 채널 10개)이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2010년 4856억원에서 2021년에는 2조2508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송출수수료 비율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료방송사업자인 IPTV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송출수수료 인상률이 ▲2019년 27.2% ▲2020년 22.3% ▲2021년 19.5%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홈쇼핑 측은 채널 사업자인 IPTV와 SO가 과도한 송출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IPTV와 SO 측은 홈쇼핑의 매출과 영업익이 늘고 있음에도 송출수수료 핑계로 중소기업에게 수수료 부담을 떠넘기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홈쇼핑의 매출액은 2016년 5조원대에서 2019년 8조원대를 넘었다. 홈쇼핑 방송매출만 따로 보더라도 2021년 매출액은 3조8000억원대에 달한다. 같은 해 영업이익 역시 8703억원을 기록했다.

IPTV업계 관계자는 “2008년 첫 사업을 시작할 당시, 송출 수수료가 과도하게 낮았던 것이고 지금은 정상화되고 있는 단계”라며 “홈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늘고 있는데 왜 중소기업에게 송출 수수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느냐”고 반문했다.

홈쇼핑 수수료를 나누는 주체가 많아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쇼호스트 C씨는 “IPTV와 SO, 홈쇼핑이 수수료를 나누는 상황이라 홈쇼핑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에 송출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송출 수수료 대립이 결국 홈쇼핑 산업을 퇴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A씨는 “자리를 잡고 앉아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사실상 줄어드는 상황에서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대립이 계속되면 다 같이 위기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 역시 “유료방송사업자, 홈쇼핑, 중소기업이 모두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적절한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정해 이익이 남지 않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물건을 팔아야 하는 중소기업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