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서울옥션(063170)은 글로벌 옥션하우스 소더비의 품에 안기게 될까.

26일 서울옥션이 글로벌 옥션하우스 소더비에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업계와 유통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증권업계는 서울옥션의 매각가가 어느 수준일 지 여부에, 유통업계는 서울옥션의 매각이 신세계(004170) 아트 비지니스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왼쪽부터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 신세계, 서울옥션 제공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서울옥션은 글로벌 옥션하우스 소더비를 잠재 매도자 중 하나로 정하고 티저레터를 보냈다.

티저레터엔 이호재 회장(13.31%)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약 31%를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티저레터란 잠재 투자자에게 매각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관심을 유도하는 투자유인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저레터를 받았다고 해서 인수합병 초읽기 수준으로 해석할 순 없고 다른 잠재 투자자들도 같은 유인서를 받고 고민 중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매도하겠다는 오너 일가의 뜻이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호재 회장이 받을 경영권 프리미엄 계산에 신경을 쏟았다. IB업계에 따르면 서울옥션 지분 31%가 약 2000억원 규모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3만6000원 수준으로 26일 장 마감가(2만3000원)보다 50% 정도 높다.

최근 3개월 주가 흐름을 감안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는 편이다. 최근 서울옥션의 주식은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서울옥션이 소더비 품에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은 것은 소더비가 한국사무소를 꾸릴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미 선임된 상태인데 생각보다 개소식이 늦어지는 것이 서울옥션의 인수설에 힘을 보탰다. 한국사무소 형태가 아니라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서울 진출 발표만 해둔 것이란 해석이다.

서울옥션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기면서도 "소더비 측은 서울옥션 인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답하고, 한국사무소 개소식이 늦는 건 의사결정 절차가 좀 남았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서울옥션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그렇다. 신세계는 이미 서울옥션의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서울옥션의 주식 85만6767주를 280억원에 취득한 데 따른 것이다.

신세계 입장에선 서울옥션이 소더비 품에 안길 경우 투자도, 사업도 잡지 못한 사례로 남게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의 서울옥션 취득가액은 1주당 3만2680원 수준. 최근 닷새간 서울옥션 주가가 36% 가량 올랐는데도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서울옥션 주가는 매입가 대비 29% 하락했다.

애시당초 서울옥션과 협업을 하기로 한 것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는 서울옥션 주식을 취득하면서 이번 투자로 미술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서울옥션과 소더비의 업무 방식이 달라 신세계가 원하는 협업을 이끌어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협업을 하겠다는 의미는 퇴색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신세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서울옥션이 소더비를 비롯한 다른 회사 품에 안겼을 때 숙련된 인력이 신세계 품으로 오는 것이다. 최근 신세계는 미술품 경매시장 직진출을 검토하고 있는데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숙련된 인력이 대거 자리를 옮기는 것은 신세계가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했을 때 감안했던 주요 위험요인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옥션 오너가 원하는 매도가격과 신세계가 제시한 매수가격의 차이가 크기도 했지만 신세계 입장에선 아트 비지니스가 결국 구성인력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네트워크 기반 사업이라는 위험요인도 크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 확보면에서는 서울옥션이 소더비를 포함한 다른 잠재 매수자에게 넘어가는 편이 신세계의 사업 편의성에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서울옥션과 신세계 측은 "그간 공시에서 밝힌 대로 두 회사 사이의 인수합병을 검토한 바는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