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웰패션(033290)이 리복과 이별했다. 코웰패션은 2013년 언더웨어를 시작으로 2015년 10월 스포츠웨어까지 확장하며 리복의 일부 라인을 제조·판매해왔지만, LF(093050)가 리복의 국내 판권을 가져가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코웰패션은 2021년 패션 커머스 강화를 위해 로젠택배를 인수했고,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FIFA 등 비패션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번 재계약 불발로 매출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관측은 코웰패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리복의 판권을 갖고 있는 LF는 지난해 말 코웰패션과의 리복 언더웨어 및 스포츠 의류에 대한 제조·판매 계약이 종료된 뒤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코웰패션과 리복의 해당 계약 기간은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였다.
리복의 판권을 아디다스가 갖고 있던 시기에는 코웰패션이 계약을 연장하며 리복의 일부 라인을 제조·판매해 왔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 아디다스가 ABG(어센틱브랜즈그룹)에 리복을 매각했고, 지난해 4월 LF가 리복의 국내 판매권·영업권을 따내면서 코웰패션과 재계약을 맺지 않은 것이다.
코웰패션은 리복과의 재계약 불발로 올해 S/S(봄·여름) 시즌부터 그간 전개해오던 리복의 제품들을 제조·판매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F/W(가을·겨울) 시즌까지 만들어진 제품들은 지금도 자사몰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오던 리복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코웰패션의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웰패션이 FIFA, BBC earth 등 비패션 브랜드 라이선스를 통해 매출 증진을 노리고 있으나, 브랜드 인지도가 리복에 비해 낮고 경기 침체로 패션 산업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코웰패션의 매출액은 2019년 1796억원에서 2020년 2221억원, 2021년 2753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3억원에서 556억원, 62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898억원과 영업이익 3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3.2%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올해 유통·패션 산업에 전망 보고서에서 패션 산업에 대해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 따른 소비재 지출 여력 감소', '중국 소비가 이전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등을 악재로 꼽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웰패션은 지난해 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웰패션은 신사업 담당을 비롯한 다수의 임원에 퇴직을 통보했으며, 브랜드사업본부를 이순섭 회장 직속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축소하고 임원 감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선제적 조치에는 코웰패션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웰패션은 권 회장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면서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키워온 분인 만큼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권 회장이 90.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명화학은 코웰패션의 지분 48.78%를 가진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이순섭 회장이 21.94%, 임종민 대표가 0.25% 등을 갖고 있다.
한편 LF는 리복의 새 시즌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LF 관계자는 "현재 코웰패션과 리복 간에 남아있는 계약은 없다"면서 "오는 2월 초 S/S 시즌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지금은 신발 제품들을 중심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6일 캐나다 테니스 의류 브랜드 '다임(Dime)'과 협업한 신발은 판매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고, 오는 20일에는 일본의 패션 브랜드 니들스와 협업한 신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웰패션 측은 리복과 계약에 대해 "계약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