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가 한때 야심 차게 뛰어들었던 호텔 사업을 줄줄이 접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생긴 빚이나 밀린 임대료 등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법인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1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039130) 지난 9일 자회사 마크호텔이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한 것과 관련한 분쟁을 매듭지었다. 마크호텔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소유한 건물로 신탁업자는 농협은행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한 마크호텔의 2020년 7월 기준 밀린 월세액은 14억8800만원. 하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농협은행 측은 지연이자 등을 고려해 하나투어에 147억2691만원 가량으로 변경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하나투어와 농협은행이 합의에 따라 법원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고 소송을 끝낸 것"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소 제기한 금액보다 적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 불가피하게 어려워졌을 경우 임대업 감액 등의 정책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47억원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나투어는 마크호텔 호텔 영업을 지난해 7월 정리했다. 당시 하나투어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무 악화와 임대인의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에 따라 마크호텔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했다.

모두투어(080160)도 지난해 말 호텔 운영 자회사인 모두스테이 법인의 해산을 결정했다. 이달 3일 모두투어는 모두스테이의 은행 차입금이나 지급보증액 등 채무 98억원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모두스테이는 '스타즈호텔'을 서울 명동, 독산, 경기 동탄, 울산, 제주 등에 운영해 왔다.

여행업계 1·2위 업체가 모두 호텔업을 포기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코로나 기간 하늘길이 막히고 국경이 폐쇄되면서 여행객을 공수할 수 없어 예상했던 시너지는 나지 않고 비용만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가 호텔을 직접 운영하면 숙소를 직매입하는 구조가 되니 수익이 조금이라도 더 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한국을 찾는 중국·동남아 관광객이 확 줄어들었고 운영비가 쌓여 손실만 누적되는 구조였다"면서 "이대로 두면 본업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포기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애당초 호텔 운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여행업이 다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만 호텔업이 예상보다 쉽지 않은 업태였다는 점도 여행사가 호텔업을 포기한 이유라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을 운영하기 위해선 운영 인력 확보가 핵심인데 최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랐다"면서 "여행 성수기엔 여행사에서 객실 확보를 위해 호텔에 공을 들이고, 여행 비수기엔 호텔이 공실 관리를 위해 여행사에 공을 들이는 구조인데 기본적으로 호텔 영업이익은 크지 않아 직접 운용의 이점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