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가 배달 위탁 ‘하도급’을 확대한다. 쿠팡이츠는 일반 대중을 배달에 참여시키는 크라우드소싱 방식 외 자사 주문만을 처리하는 ‘이츠 플렉스’라는 이름의 배달 대행 지사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배달 하도급사 사장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6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츠서비스는 최근 ‘이츠 플렉스 공식 파트너사 모집’ 공고를 내고 쿠팡이츠 담당 배달 대행 지사 모집에 나섰다. ‘누구나, (쿠팡이츠) 파트너사 사장님이 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24시간 연중무휴 상담도 시작했다.

쿠팡이츠 ‘이츠 플렉스 공식 파트너사 모집’ 공고. /쿠팡이츠 홈페이지

이츠 플렉스는 쿠팡이 로켓배송 물량을 ‘3자 물류(3PL)’ 택배 대리점에 위탁했던 ‘퀵플렉스’의 배달 버전이다. 배달 기사가 동료 기사 5명만 모아 신청하면, 쿠팡이츠 배달 주문을 고정 배정하는 이츠 플렉스 파트너사가 된다. 실제 쿠팡이츠 내부에선 이를 ‘3PL 배달’로 부른다.

쿠팡이츠는 이츠 플렉스로 건당 단가를 조금 더 높게 지급하는 대신 배달 수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기피 지역으로의 배달을 직접 배정한다. 당초 쿠팡이츠는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이른바 ‘똥콜’(기피 배달)을 전담하는 강남특공대를 운영했는데, 이를 이츠 플렉스로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쿠팡이츠는 이츠 플렉스에 기본 배달 기준 건당 3000원을 지급한다. 주문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건당 4100원을 준다. 2500원에서 시작하는 크라우드소싱 배달 단가에 비해 높다. 대신 배달 수행 거절이 하루 2회로 제한돼 배정된 주문은 처리해야만 한다.

외부 배달대행지사를 아래에 두고 지배·통제하는 쿠팡이츠의 하도급 방식 배달은 배달업계에선 처음이다. 특히 일부 배달 기사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이츠 플렉스 파트너사 창업 제안을 진행하는 등 배달 하청사를 직접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강남특공대의 이츠 플렉스 전환으로 시작한 쿠팡이츠의 배달 하도급은 서울 지역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서울시 내 관악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등으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 경기로 확장도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이 같은 배달 하도급 확장에는 비용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는 일반인 단건배달로 배달업계의 판을 흔들었지만, 배달 기사 수급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쿠팡은 2021년 기준 쿠팡이츠가 있는 신사업 부문서 약 945억원 적자를 냈다.

결국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부터 배달 기본 단가를 기존 3100원에서 2500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상한 없이 올랐던 배달 단가의 상한선도 최대 2만2000원으로 제한했고, 전월 배달 건에 따라 추가 지급했던 리워드 제도도 축소·폐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손민균

배달 단가 인하는 곧장 쿠팡이츠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일반인을 활용해 한집에만 빠르게 가는 게 쿠팡이츠의 경쟁력이었지만, 배달 단가가 줄자 배달에 나서는 일반인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이는 다시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며 이용자 이탈을 가속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쿠팡이츠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364만 명으로 1년 전 545만 명과 비교해 33%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배달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작용했지만,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 MAU는 4% 감소에 그쳤다.

쿠팡이츠는 이츠 플렉스를 확장해 서비스 품질 저하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강남특공대의 이츠 플렉스 전환으로 시작한 쿠팡이츠의 배달 하도급은 서울 지역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 경기로 확장도 시작했다.

일각에선 쿠팡이츠가 배달 하도급을 통해 배달 기사 노조 등과의 갈등을 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의 경우 배달 기사를 쿠팡이츠가 직접 고용하는 구조지만, 이츠 플렉스는 배달 사고, 고용 문제 등을 이츠 플렉스 파트너사가 지는 구조로 전환된다.

쿠팡이츠는 이츠 플렉스가 배달 기사 수급 불안정 해소는 물론 고객 불편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배달 기사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시험 운영 성격도 부여했다. 쿠팡이츠 측은 “순수한 테스트 차원의 운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