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경영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유통업계 자회사들이 모회사로부터 자금조달에 나섰다. 신사업을 앞두고 들어갈 돈은 많은데 자금이 잘 돌지 않아서다.
내년에도 만만찮은 보릿고개가 펼쳐질 것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곳도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ENM은 최근 자회사인 CJ라이브시티에 550억원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CJ라이브시티는 조달한 돈을 시설 및 운영 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말부터 경기도 고양시 옛 한류월드 부지에 대규모 문화공간인 CJ 아레나를 건설하고 있다. 사업비만 3200억원이 들어가는 국내 최초의 K팝 전문 공연장이다. 이율은 CJ라이브시티의 시장 조달금리를 적용한 7%로 책정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10%를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모회사인 CJENM이 뒤에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법인이나 임직원)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경우 이자율은 당좌대출이자율(현재 연 4.6%)이나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중 법인이 선택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 4.6%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CJENM이 합리적인 결정을 한 편"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이웅열 코오롱(002020) 전 회장도 본인이 지분 70%를 가진 낚시회사 어바웃피싱에 1억9000만원의 자금을 대여해줬다. 금리는 4.6%다.
이 전 회장이 창업한 어바웃피싱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낚시 커뮤니티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어바웃피싱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회사 운영자금에 사용할 계획이다. 어바웃피싱은 지난 9월에도 이 전 회장으로부터 1.3% 금리로 운영자금을 빌린 바 있다.
불과 석 달만에 이자율이 3배 보다 더 오른 셈이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6%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마저도 스타트업에겐 문턱이 높아 어바웃피싱의 경우 창업자 덕을 엄청 보는 것이라 부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GS리테일(007070)도 어바웃펫에 100억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이자율은 4.6%, 만기는 내년 7월 7일까지다. 대여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어바웃펫은 2018년 GS리테일의 투자를 받은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순손실은 210억원이다.
일부에선 GS리테일이 빌려준 자금을 또 다시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어바웃펫에 빌려준 6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출자전환 방식으로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