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0억원의 알짜점포, 홈플러스 월드컵점을 둘러싸고 20년 만에 공개입찰이 이뤄진다.

이달 중 알짜 점포의 새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자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경쟁 양상에 변화가 생길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 전경/조선DB

15일 공매포털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내 대형 할인점의 새 운영사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이 오는 23일 오후 4시에 마감된다.

현재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서울시설공단이 소유하고 있고 지난 2003년 5월 23일부터 홈플러스 월드컵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이 경쟁입찰에 나서면서 제시한 최저입찰가는 연간 124억원 수준. 하지만 홈플러스 입장에서 월드컴점은 연 매출만 900억~950억원에 이르는 알짜 점포다. 홈플러스 전국 매장 중 상위 10위권에 자리하고 서울에서도 1~2위를 늘 차지한다.

월드컵 경기장 홈플러스점은 가족 단위 소비자가 많은 곳이다. 성산시영과 같은 30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데다 인근에 캠핑장과 한강공원이 있어 먹거리를 사기 위해 방문하는 주말 나들이객의 수요도 많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가 열릴 때면 관람객 수요로 매출이 늘기도 한다.

2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미 500억원 넘게 투자한 것도 홈플러스가 재낙찰을 바라는 이유다. 지난해에도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을 하며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간 홈플러스는 월드컵점이 경쟁입찰 수순을 밟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쪽으로 영업을 이어가길 희망했다. 월드컵점 직원들의 직고용 근로자만 206명, 입점한 브랜드 업체만 130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만약 공개입찰을 통해 새 사업자가 대형마트 영업에 나서게 된다면 유통산업발전법 제8호 제1항에 따른 대규모 점포 개설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히 지역상권과의 상생협의에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개점이 늦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점이 늦어질 경우 20년간 홈플러스가 만들어 놓은 상권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입장에선 서울시설공단 측에서 부담해야 할 위험비용이 있다는 점과 경기 둔화 분위기 속에서 나올 고용문제 관련 잡음 등을 강조했을 것"이라며 "서울시설공단 측은 경쟁입찰을 밟지 않았을 때 추후 감사원 지적을 받는 일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2018년 서울시설공단은 월드컵경기장 내 입점한 영화관을 상암CGV에서 메가박스로 바꾼 바 있다.

당시 최저 입찰가는 연간 21억2570만원이었는데 새 사업자인 메가박스가 최저 입찰가보다 54% 높은 32억7500만원을 써냈다. 메가박스가 들어오기 전 CJ CGV의 연간 임대료(6억원)보다 5배 정도 높았다.

유통업계는 월드컵점 경쟁입찰에 관심을 두고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마트는 수색점과 은평점 등이 주변에 있다. 수색점이 소형 점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상암 롯데몰과 연관해 입찰 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암 롯데몰은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부지 3개 필지를 1972억원에 매입해 서울 서북 상권 최대 쇼핑몰을 짓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곳이다.

원래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시네마 등을 모두 입점시키고 2017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전통시장과 갈등을 겪으며 계획이 축소됐다. 그마저도 사업이 지연되면서 완공 시점을 알 수 없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암 롯데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롯데마트에선 충분히 알짜 점포를 탐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서울시설공단의 공개경쟁입찰 조건을 철저히 분석해 효과적인 전략적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입찰에 나설 것"이라면서 "월드컵점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