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 대구점이 오는 16일 ‘더현대대구’로 명칭을 바꾼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더현대’ 간판을 단 두 번째 점포로, 대구·경북 지역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공략할 예정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 더현대대구로 바꾸기 위해 1년여간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더현대서울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요소를 집약했다.

‘럭셔리 백화점’으로 개점 5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대구신세계에 맞서 더현대대구가 여의도에서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래픽=이은현

◇신세계에 지역 1등 뺏긴 현대 대구점... 샤넬·에르메스도 내줘

2011년 대구 중구에 개점한 현대 대구점은 연면적 12만㎡ 규모의 대형 백화점으로 지역 1위를 수성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신세계(004170)가 동구에 33만㎡ 규모의 백화점을 세우면서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대구신세계는 지역 백화점으로는 두 번째로 최고급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입점시키는 등 명품 강화 전략으로 인근의 명품 수요를 흡수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 대구점에 있던 샤넬과 에르메스, 카르티에 등이 대구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증한 명품 수요를 대구신세계가 빨아들이면서 신세계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2017년만 해도 두 백화점은 각각 연 매출 6000억원대로 경쟁 구도에 있었지만, 지난해 두 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대구신세계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51.3% 증가한 1조1939억원을 기록한 반면, 현대 대구점의 연 매출은 3.3% 증가한 6637억원에 그쳤다.

100여개의 월리 조형물로 꾸며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뉴스1

◇'명품 대신 체험’ 더현대서울 공식, 대구에 주입

신세계에 ‘지역 1위’ 타이틀을 빼앗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성공 공식을 대구점에 이식하기로 하고, 올해 초부터 명품관과 영패션 전문관, 식당가 등 전 층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백화점으로, 공간의 절반 이상을 휴식과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점포명부터 백화점 타이틀을 빼 차별화했다. 또 신규 백화점은 명품을 입점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역 이용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와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대거 유치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매출 9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절반은 20~30대에게서 나왔다. 더현대서울의 방문객 70%는 20~30대가 차지한다. 이들이 내는 매출은 전체의 40%로 기존 백화점(20%)의 두 배에 달한다. 점포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방문객도 50%가 넘는다.

더현대대구 나이스웨더 매장. /현대백화점

더현대대구도 젊은 층을 겨냥해 트렌디한 브랜드와 콘텐츠를 대거 도입했다. 지하 2층에 MZ세대 전문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를 조성해 마뗑킴, 호텔더일마, 엘이이와이, 나이스웨어, 이구갤러리 등의 매장을 지역 최초로 선보였다.

또 지하 1층은 태극당, 폴트버거 등 서울 유명 맛집과 삼오리분식, 호랑이빵집 등 대구 로컬 맛집을 들인 글로벌 식품관 ‘테이스티 대구’로 꾸몄다 .

인테리어는 스페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일본 인테리어 스튜디오 시나토, 비트원 스페이스 등에 맡겨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개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8월 지하 1·2층을 매장을 재개장한 후 한 달 간 더현대대구의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의 경우 매출이 90% 신장했다.

앞서 더현대서울도 트렌디한 브랜드를 모아 놓은 지하 2층이 젊은 층의 유입을 이끈 만큼 리뉴얼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대구에 이어 광주에 조성할 미래형 문화 복합 쇼핑몰에도 ‘더현대광주’라는 명칭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의 DNA를 담은 백화점을 대구에 선보이게 됐다”라며 “기존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