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 전문 기업 제로투세븐(159580)의 수익구조 개선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이 직접 적자가 누적됐던 패션사업을 정리하고 유아동 화장품으로 사업 중심을 옮겼지만,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은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666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650억원)과 비교해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 감소했다.
지난 8월 말 사업을 중단한 패션사업 부문의 중단영업손실 55억원이 반영된 탓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유아용 화장품을 판매하는 궁중비책 사업 부문 수익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47% 줄었다. 2019년(149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제로투세븐은 매일유업(267980)의 종합 출산·육아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김정완 매일홀딩스(005990) 회장의 동생인 김정민 회장이 2018년 씨케이코퍼레이션즈와 자회사 제로투세븐을 갖고 독립했지만, 김정완 회장의 아들 김오영씨가 여전히 제로투세븐 지분(6.56%)을 갖고 있다.
당장 김정민 회장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매일유업과 계열분리 이후 내내 전문경영인과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던 김 회장이 지난 7월 단독 대표에 오르고 처음 진행한 게 유아동 화장품 사업인 궁중비책의 사업 강화였기 때문이다. 패션사업은 접었다.
과거 유아동 패션사업은 제로투세븐의 핵심 축이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 저하로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고 아동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2012년 매출액 1348억원을 정점으로 이듬해부터 계속 실적이 악화했다. 2014년부터는 계속 적자를 냈다.
반면 궁중비책은 달랐다. 유해성분을 뺀 유아동용 화장품으로 자리매김하며 2008년 첫 출시 때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중국 바링허우와 주링허우(1980~1990년대 출생한 세대) 부모들의 한국 유아용품 선호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이 됐다.
김 회장은 패션사업 철수로 외형이 줄더라도 궁중비책을 통해 수익을 개선한다는 계획이었다. 궁중비책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의 유아동 화장품 시장이 산아 제한 완화(3자녀 정책) 등으로 연평균 15%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하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여기에 소비시장 마저 위축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對) 중국 화장품 수출은 22% 감소했다.
원가 부담도 커졌다. 제로투세븐은 궁중비책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모든 화장품 제품을 코스맥스(192820)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서 전량 외주 생산한다. 비용 절감 노력에 한계가 있고, 판매 역시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궁중비책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의 화장품 사업 영업이익률은 2019년 21%를 넘었지만, 지난해 14%대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선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이 8%로 집계됐다. 1만원짜리 화장품을 팔면 800원이 남는 셈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도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애국심 고취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더 이상 한국 화장품 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투세븐은 최근 포장사업부 강화로 방향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포장사업부는 영유아 건강과 밀접한 분유의 캔 뚜껑인 POE를 제조하는 곳으로 계열사인 ‘씨케이팩키지’가 영위했던 사업이다. 제로투세븐은 2018년 씨케이팩키지를 합병해 내부 사업부로 재편했다.
포장사업부는 제로투세븐의 수익성 악화 방어선이 되고 있다. 올해 뉴질랜드, 호주 지역으로의 수출이 늘었고, 판가 인상 효과와 환율 등에 힘입어 3분기까지 매출 239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 늘었고,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
아울러 제로투세븐은 김정민 회장 단독 대표 체제도 다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달 박영욱 씨케이코퍼레이션즈 대표를 신임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제로투세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기도 했던 박 사장은 포장사업부 제품 경쟁력 강화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궁중비책은 중국 주요 온라인 채널인 티몰, 징동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 다시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 광군제 행사에서 티몰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하기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