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지분을 교환한 신세계그룹, CJ그룹, 카페24 등이 네이버의 주가 하락으로 최대 천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지난 25일 전날보다 1.6% 하락한 18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역대 최고가(장중 46만5000원)와 비교하면 60% 하락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지분을 교환했던 기업들의 장부상 가치도 폭락했다.

그래픽=이은현

네이버는 2017년 미래에셋증권(006800)과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 데 이어, 2020년 CJ그룹과 총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CJ대한통운(000120) 3000억원·CJ ENM(035760) 1500억원·스튜디오드래곤(253450) 1500억원이다.

작년에는 신세계그룹(이마트(139480) 1500억원·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1000억원)과 2500억원, 카페24(042000)와 1372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지분 교환 방식으로 손을 잡고 협력을 도모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이버 주가가 급락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의 손실을 봤다.

2020년 10월과 11월 네이버에 6000억원을 투자한 CJ그룹은 주가 하락으로 장부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사의 장부가액은 총 4252억원으로 2년 사이 29%가량 줄었다.

CJ대한통운은 3분기 기준 수익률이 31.27% 줄었고,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도 각각 수익률이 19.38%씩 감소했다.

지난해 3월 네이버와 지분을 교환한 신세계그룹도 손실을 봤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올 상반기 장부가 기준 네이버 지분가치는 약 1556억원으로, 최초 투자금 대비 손실률이 38%에 달했다.

신세계그룹은 타 법인출자 현황을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서만 밝히고 있으나, 네이버의 주가 하락이 계속된 만큼 3분기 수익률은 더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페24도 높은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네이버 주가가 43만8000원이던 지난해 8월 네이버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3분기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 56%가 됐다. 최초 취득 금액과 비교해 손실 금액은 761억원에 달했다.

반면, 네이버 주가가 치솟기 전인 2017년 지분을 취득한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기준 25%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업들은 네이버와의 전략적 사업 제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교환했다. 신세계그룹은 쿠팡에 대항해 온라인 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CJ는 물류 및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각각 네이버와 동맹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네이버 본사를 찾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협업 성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해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에서도 다음날 오전에 배송하는 SSG닷컴의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네이버쇼핑에 럭셔리 카테고리를 신설해 명품 판매를 강화하고, 네이버 라이브쇼핑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 당시 발표했던 네이버와의 공동 물류 신규 투자,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리테일 테크 서비스 등은 아직 시도하지 못 했다. 지난 5월 신세계그룹이 출시한 SSG닷컴 멤버십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됐던 네이버 제휴도 빠졌다.

CJ그룹도 지난해 6월 CJ ENM이 네이버와 손 잡고 웹툰 및 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작품을 티빙에서 선보인 것 외에 이렇다 할 협업을 하지 못했다. 다만, 다음 달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선보이는 ‘도착보장’ 서비스의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경우 SSG닷컴과 G마켓이 네이버쇼핑과 경쟁 구도인 만큼 협업의 속도를 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식 교환의 경우 일정 기간 처분이 제한된 만큼 사업의 시너지를 높여 지분가치를 올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