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그룹이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나선 부동산 개발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에 분양 중인 고급 오피스텔 '반포 인시그니아'는 분양을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약률이 절반에 그쳤다.
강원도 양양에서는 동북아 최고 복합 리조트를 짓겠다면서 부지를 확보했지만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한 채 수년째 방치 중이다.
23일 LF(093050)그룹에 따르면 자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이 특수목적회사(PFV, Project Financing Vehicle)를 통해 부지 매입과 분양, 개발까지 진행하는 최초 사업인 주거용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의 계약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분양을 시작한 후 계약률이 50% 수준에 그친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고급 오피스텔을 살 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초반 계약은 순조롭겠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면서 "금리가 오른 상황이라 계약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고 아파트와 같은 가격에 분양 중이라 이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시그니아 반포는 지하 5층~지상 20층 2개 동 규모로 조성되는 고급 오피스텔이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9600만원으로 오피스텔 148실이 들어선다. 방 2개, 욕실 하나짜리(전용면적 59㎡) 오피스텔을 사려면 약 17억원이 든다. 이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입지 길 건너엔 반포 주공 1단지가 재건축을 준비 중인데, 이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LF가 자회사인 LF스퀘어씨사이드를 필두로 강원 양양군에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은 시공사도 선정되지 못한 채 수년 째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이곳은 LF가 동북아 최고 복합리조트를 표방한 곳이다. LF스퀘어씨사이드는 2017년 양양군 부티크 호텔과 프리미엄 아웃렛 조성사업을 위한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토지 규모는 8만2000㎡(약 2만4805평), 토지 매매가는 140억원이었다.
당초 LF스퀘어씨사이드는 2018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0년 개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숙박지구 2만3000㎡(약 6958평), ▲상업지구(쇼핑·아울렛) 3만5000㎡(약 1만588평), ▲기타시설지구 2만4000㎡(약 7260평)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아직 한 발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환경청과의 환경협의가 꾸준히 미뤄졌기 때문이다. 양양해변 바로 앞에 고층 시설이 들어서면서 경관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아직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했다. 계획이 지연되면서 올 3분기(7~9월) 개별 기준 LF스퀘어씨사이드는 9억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양양 현지에서는 사업이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양양군이 2015년부터 관광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인근엔 관광객을 목적으로 한 생활형 숙박시설이나 리조트가 속속 개발이나 분양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카펠라 양양. 이 곳은 지난 달 착공에 들어섰고 분양 사업에 나섰다. 마스턴자산운용이 시행하고 태영건설이 시공한다. 사업비만 총 8500억원이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양양의 관광인프라는 관광객 대비 과잉 수준으로 설계됐는데 LF만큼 속도가 늦어지면 후발주자로서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특히 카펠라 양양 같은 경우엔 LF스퀘어씨사이드보다 노하우도 많고 인지도도 높다"고 했다.
패션기업인 LF가 자회사를 동원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서는 것은 구본걸 회장이 LF를 패션기업이 아닌 의·식·주·락(樂)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F푸드, LF스퀘어씨사이드 등 자회사를 통해 패션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이는 LF네트웍스와 같은 구본걸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패션이 아닌 다른 산업군을 통해 돈을 벌어 기업가치를 키우고 승계에 나서겠다는 계산을 세웠다는 뜻이다. LF스퀘어씨사이드의 지분 구조도 LF 51%, LF네트웍스 49%로 만들어졌다가 지난해 9월 LF 지분 100%로 변경됐다. 이 때 LF는 LF리조트 지분 전량을 오너일가가 소유한 관계기업 LF네트웍스에 넘겼고, LF네트웍스는 LF스퀘어씨사이드 지분을 LF에 넘겼다.
이에 대해 LF스퀘어씨사이드 관계자는 "사업이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청과 속도를 내 7월을 기점으로 합의점을 찾았다"면서 "양양군과 다시 협의에 나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