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및 해외여행 자제로 골프 수요가 증가하면서 ‘홀당 100억원’으로 치솟았던 골프장 매매가가 고금리와 골프 인구 축소 후에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매도자들이 인수 희망가를 높게 제시해 매각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곤지암 큐로 컨트리클럽(CC)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은 올 초 삼정KPMG, KB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최근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티저레터(투자안내문)를 보냈다.

큐로CC는 대중제 27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큐캐피탈은 인수 희망가로 약 3000억원을 제시했다. 홀당 가격으로 보면 1홀에 100억원 이상을 인수가로 부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센트로이드 PE)가 BGF(027410)로부터 홀당 95억6000만원에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를 인수했고, 부동산 기업인 고려자산개발은 올해 4월 충남 태안 ‘골든베이CC’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부터 홀당 74억원에 인수했다.

골든베이 CC의 홀당 인수가격이 낮아진 것은 운영권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 6월에는 포스코그룹의 부동산 관리회사 포스코O&M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로부터 회원제 18홀로 운영되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CC’를 홀당 16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앞선 사례들 덕분에 골프장 소유 회사들의 눈도 높아졌다.

중견 건설사 모아건설과 금융회사인 하나금융이 공동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강원 홍천 골프장 클럽모우CC는 홀당 가격을 92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올해 5월 계약이 결렬된 후 매각이 멈춰진 상태다.

대교(019680)그룹이 소유한 마이다스CC도 매각이 결렬됐다. 회사 측은 27홀 규모의 경기 이천 마이다스와 9홀 규모의 경북 구미 마이더스를 홀당 138억원 가격으로 제시했으나, 본입찰에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그래픽=손민균

일부 골프장 보유회사는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골프장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럽모우CC의 지분을 보유한 모아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마이다스CC의 보유 회사이자 상장사인 대교(019680)그룹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은 107억원으로 전년(10억원) 대비 손실 폭이 10배 이상 늘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장을 보유한 회사 자체의 실적이 탄탄하면 고평가 프리미엄이 붙겠지만, (골프장) 매각이 결렬된 회사들을 살펴보면 홀당 100억원을 줄 정도로 프리미엄이 있어 보이진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 등 대내외 상황의 급변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는 한 주관사 임원은 “투자업계 전반적인 거래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골프장의 매각이 지난해나 올해 초처럼 수월하게 되진 않는 것 같다”며 “다른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겠지만 골프장 매각 인수 자금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자산운용의 전북 김제 스파힐스CC, 큐캐피탈의 경기 곤지암 큐로CC, KX그룹의 충북 청주 떼제베CC 등 매각을 추진 중인 골프장들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인수가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골프장 매각 관련 딜에 참여했던 한 IB업계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홀당 100억원’이라는 기준에만 목매는 것이 아니라 시장 흐름에 맞춰 눈을 낮춰야 한다”며 “거리두기 해제로 젊은 골퍼들이 감소하고, 해외 라운딩이 늘어난 점도 투자 매력도 하락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이현균 에이스골프 애널리스트는 “포스코O&M의 골프장 인수 건은 고평가된 부분이 있어 논외로 치고, 건설사와 투자사들의 실적이 좋아 골프장 투자에 적극적이던 시기와 구분해야 한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 상반기 이후 골프 산업이 축소된 게 사실이라 인수가를 낮춰서 실익을 챙겨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