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 100원인데 필요하세요?"
"어휴 다른 데는 그냥 주던데 봉짓값을 받네."
서울 광진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다음 달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중단을 앞두고 걱정이다. 친환경 비닐봉지를 유상 판매하는 것에도 고객들의 불만이 많은데, 다음 달부터는 아예 비닐봉지 판매가 금지되고 더 비싼 종이봉투나 종량제 봉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진 봉지를 그냥 주다가 법 시행을 앞두고 봉짓값을 받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과 실랑이를 한다"라며 "지금도 역정을 내는 분들이 있는데, 150원, 200원 하는 종이봉투를 어떻게 팔지 난감하다"라고 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4일부터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가 금지된다.
현재는 대규모 점포(3000㎡)와 슈퍼마켓(165㎡)에서만 비닐봉지 사용 및 무상 제공이 금지되지만, 다음 달부터는 편의점까지 대상이 확대돼 33㎡ 이상의 소매 점포에선 일회용 비닐봉지를 판매하거나 제공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점주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면적 33㎡ 이상 편의점은 약 3만8718곳으로 전체의 약 84%인 것으로 알려진다.
편의점들은 지난 7월부터 단계적으로 비닐봉지 발주를 중단하고, 종이봉투와 종량제 봉지 및 다회용(부직포) 장바구니 등을 준비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일회용 비닐봉지(20~50원)와 친환경 비닐봉지(100원)를 판매하거나 점주 재량으로 무상 제공해 왔지만, 다음 달부터는 종이 쇼핑백(150~250원)과 부직포로 만든 다회용 쇼핑백(500원 선), 종량제 봉지 등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을 앞둔 지금도 편의점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시행령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아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2016년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는 비닐봉짓값 30원을 요구한 편의점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아파트 상권은 어느 정도 질서가 유지되는데 번화가나 유흥가에서는 사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도 노(No)마스크 손님과 가끔 실랑이를 하는데, 봉투 문제로 손님과의 마찰이 더 늘 거 같아 두렵다"라고 말했다.
대용량 구매가 줄어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점주는 "편의점은 장보기보다 즉흥적으로 맥주나 음료, 간식 등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봉투 제공이 안 되면 덜 살 가능성이 높다"며 "편의점 본부에선 이런 얼토당토 않은 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비닐을 계속 쓰겠다는 점주도 있었다. 강원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여긴 시골이라 어르신들이 많아 봉지를 돈주고 사는 개념이 없다"라며 "종량제 비닐봉지 가격이 20L에 500원 정도 하는데 손님한테 봉짓값을 받을 용기 없다.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비닐봉지를 구매해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애매한 시행령도 점주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음식료품처럼 겉면에 수분이 발생하는 제품은 B5 규격 이하의 합성수지 재질 비닐봉지를 주는 게 허용된다.
이에 업계에선 상온에 두면 물기가 생기는 냉장·냉동 가공식품 모두가 규제 예외 대상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비닐봉지 외에 즉식 식품 취식 시 사용하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예컨대 편의점 내에서 컵라면을 먹을 땐 일회용 젓가락을 쓸 수 있지만, 치킨·어묵과 같이 즉석식품을 먹을 땐 코팅된 종이 그릇이나 일회용 젓가락을 제공할 수 없다.
세부 내용이 복잡해 현장에서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점 본부 관계자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장에 모든 갈등을 떠넘기고 패널티만 물리는 식의 규제는 적절치 않다"며 "국민들이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 문화를 먼저 만들어주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환경부는 21일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다음 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가 시행되고, 이에 대한 지자체의 단속이 시작될 예정"이라면서도 "계도기간 부여 및 집행 관리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를 공포한 이후 환경부가 계도기간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