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전문기업 락앤락이 사모펀드와 인연이 깊은 재무 전문가 이재호 전 LG전자(066570)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17일 밝혔다.

유통업계에선 락앤락 인수 5년 차를 맞이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앞두고 떨어진 기업가치 높이기 작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이재호 락앤락 신임 대표. / 락앤락 제공

락앤락이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선임한 이재호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동 대학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엔씨소프트, 코웨이(021240), SSG닷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MBK파트너스가 코웨이를 인수한 2013년 CFO로 영입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정착시키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SSG닷컴으로 자리를 옮긴 2020년은 어피너티가 블루런벤처스와 손잡고 1조원을 투자한 지 2년이 되던 해다. 이 대표는 어피너티가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약 8개월간 CFO로 재직하다 LG전자 렌탈케어링 사업센터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락앤락 출신인 김성훈 공동 대표가 고문으로 물러남에 따라 이 대표는 회사의 영업·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동시에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해 대주주 어피너티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돕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 어피너티 인수 후 락앤락 지분가치 3분의1 토막...2분기 적자 전환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8월 창업주 김준일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3496만1267주(지분율 62.52%)를 주당 1만8000원에 샀다. 당시 락앤락 주가 1만3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38%를 붙여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후 락앤락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2017년 말 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6210원에 그친다. 어피너티 지분가치는 인수 당시 6300억원에서 현재 2171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래픽=이은현

이마트(139480), 이케아, 쿠팡 등 유통업체들과 한샘(009240) 등 가구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하고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쉬워지면서 생활용품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은 악화했다.

락앤락의 연결 매출은 2017년 말 4174억원에서 작년 말 5430억원으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16억원에서 325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49억원에서 162억원으로 축소됐다.

올 상반기도 소비 심리 냉각에 매출 성장이 멈추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2% 감소한 2509억원,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작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적자 전환했다.

◇ 자산 팔고 폭탄배당...어피너티, 엑시트 전 기업가치 높이기 본격화

회사 측은 작년부터 회사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현금 쌓기에도 분주하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로 인수 5년 차를 맞은 어피너티가 엑시트 사전 작업에 나섰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락앤락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17년 말 1500억원에서 작년 말 2170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측은 작년 베트남 법인이 보유한 300억원의 유형자산과 사용권을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 제품 생산 법인을 매각했고 올해까지 충남 아산 공장과 창고를 매각했다.

늘어난 현금을 바탕으로 락앤락은 지난 11일 보통주 1주당 1653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830억원으로 작년 당기순이익의 5배에 달한다.

락앤락이 분기 배당에 나선 건 어피너티 인수 후 처음이다. 마지막 결산 배당은 2019년이었는데 당시 보통주 1주당 80원, 총액은 43억원에 그쳤다.

이번 배당으로 대주주 측은 무려 578억원을 가져간다. 이번 폭탄 배당이 대주주의 금융비용 충당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올해 12월 인수금융 만기를 앞두고 대주단과 만기 연장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너티는 락앤락 인수 당시 금융권에서 약 3000억원을 연 4.2%가량의 금리로 조달했다. 대주단에는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11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변한 것이 어피너티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앤씨를 인수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지난 9월 대주단에 인수금융 만기 연장을 요청했으나 신협중앙회의 반대로 무산돼 현재 기한이익상실(EOD) 상태다.

다만 적자가 지속 중인 에이블씨앤씨와 달리 락앤락은 연간 흑자를 내고 있고 보유 현금도 1000억원 이상이다. 대주주 측은 매각보다 2~3년간 기업가치를 키워 엑시트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