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가 국내 최대 미술 경매업체 서울옥션(063170) 인수를 두고 장고(長考)하고 있다.

최근 금리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천억대의 인수합병(M&A)에 더욱 신중해진 분위기다.

왼쪽부터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 / 신세계, 서울옥션 제공

14일 신세계는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과 같은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양측은 현 시점에서 공시를 할 만큼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옥션은 지난 6월 16일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을 때 6개월의 시한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래소에서는 이를 반려하고 3개월만 부여한 바 있다. 주가 변동성이 큰 코스닥 상장사들의 성격상 공시가 무한정 미뤄지면 주주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작년 12월 서울옥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82%를 280억원에 확보했을 때부터 인수를 검토한 점을 고려하면 1년 가까이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 주당 4만원대에 인수하려던 신세계, 주가 하락에 고심

신세계 내부에선 인수가격을 두고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서울옥션 창립자 이호재 회장과 장남 이정용 가나아트센터 대표, 차남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556만666주(지분율 31.28%)를 주당 4만원에 인수하려 했다.

올해 초 서울옥션 주가가 2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100% 반영한 것이다. 4만원 기준 인수가격은 2224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2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4일 종가는 전날보다 1.01% 내린 1만9600원이다. 주당 4만원에 인수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를 넘어선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고 기업공개(IPO)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철회하는 등 시장 상황이 이전과 달라져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최종 결단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진행될 정기 인사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옥션을 비롯한 신세계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 인력 구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작년 정기인사에서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를 확대 개편하고 본부장으로 차정호 사장을 임명했다. 지난 1년여 간의 성과를 토대로 인사가 이뤄질 전망인데 일각에서 차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 미술업계선 결렬설도...대주주 떠나면 매력도 크게 떨어져

신세계와 서울옥션의 인수 협상 결렬설은 미술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꾸준히 나온 바 있다. 원매자가 정해진 상황에서 매각 설이 돌기 시작한지 넉달이 됐음에도 여전히 매듭을 못 짓고 있다는 점이 결렬설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옥션이 체계적인 시스템보다는 이호재 회장, 이옥경 부회장 남매의 '개인기' 덕에 업계 1위에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 경영권 인수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얹어주고 대주주 지분을 사오는 것인데, 정작 대주주가 떠나면 회사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조건을 놓고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으나, 양측 모두 의지가 강한 만큼 결국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호재 회장은 나이가 많아 은퇴 의지가 워낙 굳고 이명희 회장도 미술 사업 진출을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며 "매각가와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을 뿐, 인수 자체에 대해서는 두 오너의 생각이 같은 만큼 결국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월 16일, 7월 15일에 이어 3회 연속 미확정 공시가 나감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공시규정에 따라 양사의 불성실 공시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만약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된다면 벌점을 받고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