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3년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화가 초(超)강세를 보이는 이른바 킹달러 현상에 의류, 담배, 식품 등을 제조·유통하는 일부 소비재 기업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5일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대비 16.4원 내린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2021년 초반까지 1100원을 밑돌던 환율은 1년 간 20% 상승해 현재 1440~1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금의 달러화 강세는 기축통화 보유국인 미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초래됐다. 준(準)기축통화인 유로화,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 주가지수 하락으로 인한 외화 유출도 영향을 줬다.
원화 환율이 10% 오른 지난 석달 간 코스피지수는 4.0% 하락한 반면 미국 수출 비중이 높거나 외화 자산이 많은 일부 소비재 기업은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영원무역(111770)은 17.9% 올랐고 KT&G(033780)와 삼양식품(003230)은 각각 6%, 5% 상승했다.
영원무역은 전통적으로 달러화 강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40여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수주를 받아 해외 공장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판매한다.
영원무역의 매출 90%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는데, 자금 수입과 지출 대부분이 미 달러화로 이뤄진다. 보유한 달러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을 다 합하면 작년 말 기준 2900억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다른 변수가 일정하고 미 달러화 환율이 5% 오를 경우 세전이익이 약 2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T&G는 작년 담배 매출 2조8432억원 중 31%가 수출로 발생하고 잎 담배를 일부 수입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작년 말 기준 달러 표시 외화자산의 장부가는 1조8000억원 규모로 달러 표시 부채(230억원)보다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원화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 순이익이 약 18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2019년 50%에서 작년 61%, 올해 상반기엔 69%로 상승했다. 달러 표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은 작년 말 기준 617억원 규모다.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도 확대됐다. 2019년 환율이 10% 오를 때 세후이익이 약 23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작년에는 증가금액이 63억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 이들 회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환율 고점은 1423원이며 148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가 변수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 가스전 공급 축소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주요 산업 수출량 감소나 수출가격 하락이 나타날 경우 본원적 이익창출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으며, 고환율의 수혜도 현저히 감소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