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파놓는다. 약자는 항상 포식자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교토삼굴’의 지혜를 강조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10가지 키워드의 두운을 합쳐 단어를 만들고, 그에 맞는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내년을 표현하는 단어는 ‘RABBIT JUMP’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교토삼굴’의 지혜로 기회를 잡아 토끼처럼 뛰어올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 선정됐다. 소득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과 분열이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전향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내년도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라며 “다수가 선호하는 매스 마켓(대량 판매 시장)이 아닌, 더 뾰족하게 나의 타깃에 일치하는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두드러진 ‘오피스 빅뱅(Office Big Bang)’도 중요한 트렌드다.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조직과 개인은 새로운 일터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에게 보수나 복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회사다.
불경기가 지속됨에 따라 무(無) 지출과 조각구매, 공동구매 등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s)’,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과몰입 하는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도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로 꼽혔다.
기업은 이에 대응해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뉴디맨드 전략(New Demand Strategy)’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인간관계의 경우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중요한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s)’가 부상할 전망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목적 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된 지금,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관계가 여러 인덱스(색인)로 분류되고 정리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소비란 관계의 문제다. 하나를 쓰더라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 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가 중요하다”라며 “관계의 변화 속에 비즈니스의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주목할 세대로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Alpha Generation)’가 꼽혔다.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닌 ‘알렉사’일 만큼 순수 디지털 원주민이다. 김 교수는 “이 세대는 단순히 다음 세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족”이라며 “이들의 꿈과 정체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사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 주는 ‘선제적 대응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맞춰 공간의 힘이 중요해진다는 뜻의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네버랜드 신드롬(Neverland Syndrome)’도 내년도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불황이 가속화되면 소비자는 점점 지갑을 여는 데 까다로워지고 시장은 양극화, N극화, 파편화 된다”고 진단하며 “소비의 전형성이 사라지는 시대,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 다수가 좋아하는 상품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