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배달 시장에 이른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당초 배달비 인상을 부추긴 건 배달 주문 수요는 많은데 그만큼의 배달 기사가 없다는 데서 기인했죠.
지금처럼 배달시장이 불황이라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배달비가 내려가는 게 정상이죠. 그러나 오히려 배달비가 계속 오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배달 앱 배달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1336개 음식점(중복 포함) 중 378개(28%) 음식점이 배달비를 6월 대비 평균 887원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3월부터 25개구에서 최소 주문금액으로 주문 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배달비를 조사 발표하고 있습니다. 홀수 달엔 각 구의 1개동을 선정해 조사하고, 짝수 달엔 각 구의 2개동을 선정해 각각 비교하기도 합니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주요 배달 앱 3사를 이용한 주문 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는 지난 3월 본격적인 조사 이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내내 한번도 빠짐없이 올랐습니다.
특히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에 입점한 음식점들은 지난 5월 같은 홀수 달인 3월 대비 41% 수준인 83곳 음식점에서 최대 2000원 배달비를 올렸고, 지난 8월엔 재차 배민1 입점 음식점의 339곳 중 46%인 156곳 음식점이 배달비를 올렸습니다.
지난 8월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 입점 음식점들도 배민1엔 미치지 못하지만, 배달비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요기요 입점 음식점 318곳 중 40%인 127곳이 짝수달인 6월 대비 평균 1013원을 올렸고, 쿠팡이츠는 평균 1228원이 상향 조정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배달비 상향 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과거 배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당시 배달 앱들은 배달 기사를 구할 수가 없어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입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를 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앱 3사의 지난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총 3218만4161명으로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동향에서도 이런 추세는 확인됩니다. 지난 7월 배달 앱 등을 이용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5조6783억원으로 전월 25조8729억원보다 1946억원(-5.4%) 줄었습니다. 지난 5월 이미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한 데 이은 두 번째입니다.
업계에선 배달 앱들이 배달 수요 저하에 맞서 꺼낸 광고 확대가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합니다. 앞서 배민과 쿠팡이츠는 각각 앱 내 음식점 노출 광고 영역을 새로 추가하고 나섰는데, 광고를 늘려야 하는 음식점이 배달비 인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겁니다.
현재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배달 앱이 책정한 전체 금액(배달팁)을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내는 방식입니다. 전체 6000원이 배달팁이라면 광고가 늘기 전 절반을 냈던 음식점주가 이제는 광고비에 쫓겨 2000원만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 배민1의 경우 배달의민족이 정액제 방식의 ‘울트라콜(월 8만원)’, 정률제인 ‘오픈리스트(주문 당 6.8% 광고비)’ 외 새로운 광고인 ‘우리가게클릭’을 시행한 지난 5월 이후부터 음식점들이 책정하는 소비자 부담 배달비가 크게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게클릭은 메인홈, 배달홈, 검색홈, 각 카테고리홈 등에서 가게를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클릭당 과금(CPC) 광고 상품입니다. 미리 광고비를 충전해놓고 클릭당 과금액을 200원에서 600원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설정액이 높을수록 노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배민이든 쿠팡이츠 등 광고를 통해 앱 내 노출을 늘리지 않으면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구조로 변했다”면서 “광고비에서 생긴 비용 부담을 배달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달 앱 배달비 현황 조사의 최고 배달비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29% 수준이었던 배민1의 최고 배달비 비중은 클릭 광고 시행 이후인 6월 44%대로 뛰고 지난 8월 45%를 기록했습니다. 배달비가 가장 비싼 음식점 100곳 중 45곳은 배민1 입점 음식점이었다는 뜻입니다.
쿠팡이츠의 경우 고객이 결제를 해야 광고비가 과금되는 광고를 운영하고 있어 배달비 상승이 같은 단건 배달인 배민1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아울러 최근 식자재 등 가격 상승이 일부 배달비로 전가되고 있는 것도 배달비가 오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 앱들의 광고 확장을 멈추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자료를 내고 “광고 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광고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