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이 백화점 운영사 갤러리아를 흡수합병 한지 2년 만인 내년 인적분할해 상장한다.

회사를 붙였다 떼는 결정이 단기간에 이뤄진 데는 한화그룹 3세 승계를 원활히 하고 그동안 멈춰 있었던 유통업 투자 시계를 정상화 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좌측부터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3남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 / 한화그룹 제공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현재 사업부문인 갤러리아를 내년초 9대1의 비율로 인적분할 한 뒤 3월 신규 상장한다.

갤러리아 부문이 작년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 된 지 2년 만에 다시 쪼개지는 것이다.

당시 회사 측은 "안정적인 투자환경 확보와 적극적인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것"이라며 "신용도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러리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로 고전했다.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3.7% 감소한 452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도 76억원에서 28억원으로 급감했다. 순차입금은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별도 기준으로만 2020년 말 기준 5959억원에 달했다.

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합병되면서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상향 조정된 효과가 생겼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이자비용이 감소한다.

그러나 합병으로 수혜를 본 건 갤러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작년 4월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데는 갤러리아도 역할을 했다.

그래픽=이은현

한기평은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를 통해 한화솔루션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갤러리아가 2020년 센터시티를 팔아 3000억원을 마련하고 작년 3월 광교점을 처분해 6535억원을 유입시킨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고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갤러리아는 전환점을 맞는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3.7% 늘어난 5147억원, 영업이익은 10배 증가한 289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과 더불어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아 갤러리아 부채비율은 2020년 말 213%에서 작년 말 90%로 떨어졌다. 그룹에서 갤러리아 부문의 홀로서기가 충분히 가능해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갤러리아 인적분할은 한화솔루션 주력사업인 태양광, 소재 산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갤러리아 인적분할로 한화 3형제 간 교통정리 수월해져

내년 갤러리아 인적분할로 한화그룹 3세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 교통정리가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지주회사격인 (주)한화가 한화솔루션을 거쳐 갤러리아를 지배하는 구조다. (주)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이다.

분할 후에는 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떨어져 별도 법인이 되므로 (주)한화가 갤러리아를 직접 지배하게 된다. 이 경우 (주)한화를 태양광·방산, 금융, 유통 부문으로 쪼개기가 쉬워진다.

한화그룹은 현재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방산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을, 삼남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이 유통을 맡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힌 상태다.

현재 삼형제는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주)한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직접 지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향후 (주)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해 지분율을 높이고 각 사업부문별 지분 정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각 사업부문이 한 회사 내에 모여있는 것보다 별도 법인으로 쪼개져 있어야 나누기가 쉽다.

(주)한화(지분율 49.8%)와 한화솔루션(49.57%)이 절반씩 보유중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갤러리아 인적분할을 통해 (주)한화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 갤러리아, 증시서 자금조달…투자시계 가동해 현대·신세계·롯데 추격

갤러리아는 내년에 일종의 우회 상장을 함으로써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한화솔루션에 편입된 이후 갤러리아는 자산 유동화로 마련한 자금을 주로 빚을 갚는 데 썼다.

사업 관련 지출은 작년 신세계(004170) 대전 아트앤사이언스 개관을 앞두고 경쟁점인 타임월드를 리뉴얼하고 압구정 명품관 웨스트 외관을 새단장한 정도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전국 단위의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과 신규 출점에 나섰고 급부상한 명품 버티컬(특화) 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업그레이드 했다.

갤러리아는 신규 조달 자금을 오프라인 점포 투자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수 갤러리아 부문 대표는 "최근 급격한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리테일 사업 다각화,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