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확정한 가운데 '투자자 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다. 주주와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명분과 주주가치 제고정책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사측은 우량 자회사인 한무쇼핑을 재배치해 투자활동에 걸린 법적 제약을 해결하고, 백화점 부문 외 미래 유통사업을 이끄는 역할로 전진배치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현대백화점은 지난 21일 오후 국내 기관투자자를 초청해 컨퍼런스콜을 열고 최근 공시한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의 최대 화두는 단연 '한무쇼핑'이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이 54.87% 지분을 가진 연결 자회사다. 백화점 '매출 톱(Top) 3′ 중 한 곳인 무역센터점과 목동·킨텍스점을 비롯해 아웃렛 매출 1위 김포점, 남양주점 등을 운영하며 알짜 수익을 내는 곳으로 꼽힌다.

실제 이 자리에서는 ▲한무쇼핑의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신사업 추진 및 배당 확대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나온 반면 ▲한무쇼핑을 사업회사에서 분리하면 자산가치가 하락해 현대백화점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거란 우려 역시 제기됐다고 한다.

일부 투자자는 "알짜 사업을 지주사로 빼내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높아지는 반면 소액주주를 위한 구체적인 환원 및 구제책은 부족하다"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인 정지선 회장 지분이 17.09% 수준인 만큼,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증권업계의 분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영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주주이익과 명분을 감안할 때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16일 공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백화점을 사업회사(현대백화점)와 투자회사(현대백화점홀딩스)로 인적분할하는 것이다.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사업을 그대로 운영하며 지누스와 면세점 지분을 보유한다. 분할비율은 현대백화점 76.8%, 현대백화점홀딩스 23.2%다.

인적분할에 따라 현대백화점의 기존 주주는 지분율대로 현대백화점과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지분을 동일하게 나눠 갖는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정 회장이 17.09%,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12%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 제한 해결해 투자에 속도, 배당 수준도 상향" 투자자 설득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이번 조치로 법적 제약을 해결하고, 투자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투자자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

한무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5911억 원으로 전년 동기(5054억 원) 대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2% 증가한 1185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은 2019년 1조4484억 원에서 지난해 1조5978억 원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명품 소비가 늘어난 데다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오프라인 점포 방문객도 증가하면서 백화점 사업이 성장한 결과다.

문제는 한무쇼핑을 현대백화점홀딩스 손자회사 위치에 둘 경우,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따라 투자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을 자회사로 두면 향후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M&A(인수합병) 활동 등에 제약을 받는다.

이를 고려해 지주사의 종속회사로 편입을 선택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돼 투자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주사의 자회사로 앉히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한무쇼핑이 신성장 동력 발굴 및 투자 확대에 앞장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당 수준 상향을 추진해 분할 전 주주들이 수령하던 배당금 이상을 사업회사에서 수령하고, 지주사에서도 배당을 진행하는 등의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