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멘즈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7층에 오르자 ‘정상 영업’이란 문구가 적힌 하얀 가벽이 기자를 맞았다. 가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니 가을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놓인 익숙한 백화점의 풍경이 펼쳐졌다.
매장들은 손님을 맞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가벽 너머에서 들리는 망치질 소리와 기계음 등으로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현대 판교점은 이곳에 디올 옴므와 톰포드, 조르지오아르마니 등을 모은 ‘럭셔리 남성복 전문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개점 7주년을 맞은 현대백화점(069960) 판교점이 새 단장에 한창이다. 이날 찾은 백화점은 거의 모든 층에 매장 공사를 위한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통상 백화점은 영업시간이 끝난 후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점포 곳곳에서 들리는 한낮의 공사음은 신규 매장 개점이 임박했음을 짐작케 했다.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다음 달 문을 열 1층 에르메스 매장이다. 에르메스는 루이비통, 샤넬과 함께 명품 3대장(일명 에루샤)으로 불리는 브랜드로, 경기권 최초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을 이곳에 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불가리, 피아제, 론진, 다미아니 등 4개 매장이 있던 자리를 에르메스에 내줬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앤코와 함께 세계 4대 명품 주얼리로 꼽히는 반클리프앤아펠도 입점을 확정했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반클리프앤아펠을 운영하는 리치몬트코리아는 최근 해당 점포의 점장과 부점장, 판매사원 구인에 나섰다.
이로써 현대 판교점은 4대 주얼리와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을 비롯해 최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에서 폐점한 롤렉스와 루이비통 맨즈 등도 추가 입점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들이 판교에 모인 이유는 현대 판교점이 수도권의 명품 쇼핑 메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개점한 현대 판교점은 현대백화점의 매출(거래액) 1등 점포로, 개점 후 5년 4개월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당시 최단 기록이었지만, 지난해 신세계(004170) 대구점이 4년 11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해당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매출은 1조2413억원으로 국내 백화점 점포 중 5위를 차지했다. 다만, 에루샤를 모두 품은 신세계 대구점(작년 매출 1조939억원)이 바짝 따라붙고 있어 순위를 뺏기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 판교점은 경기 최고의 명품 특화 점포로 연 매출을 2024년까지 2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30~40대 고소득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이 많은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작년 기준 국내 백화점 점포 중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곳은 신세계 강남점(2조4940억원)이 유일하다.
올 초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새 단장해 선보였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의 상품기획(MD) 노하우를 반영해 젊은 세대들이 오래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오는 29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매트 블랙 커피가 5층에 문을 연다. 매트 블랙은 팝 아티스트 조슈아 비데스의 흑백 삽화를 인테리어에 반영한 카페로 이번에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조슈아 비데스는 펜디, 나이키, 컨버스 BMW, 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할 만큼 주목 받는 작가다.
다음 달엔 더현대서울의 조경을 담당한 마이알레 카페가 같은 층에 들어선다. 또 하반기 중 2층에 ‘프리미엄 워치(시계)존’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 판교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가량 성장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음 달 에르메스가 판교점에 매장을 열 예정”이라며 “샤넬, 롤렉스 등 주요 명품과도 입점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