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가 지난 3월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인수한 골프장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 기업 그린잇(구 이츠원) 지분을 최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 부문을 빠르게 정리하는 효율화 수순에 돌입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야놀자는 최근 그린잇 보통주 6906주(지분율 49%)를 벤처캐피탈(VC) 뮤렉스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뮤렉스서치3호투자조합)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처분했다.
뮤렉스파트너스는 야놀자와 함께 그린잇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다. 야놀자는 취득가액인 20억원 그대로 넘겼다.
회사 측은 "투자 과정에서 야놀자가 일시 보유했던 지분을 양도한 것"이라면서 양도 배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린잇은 부킹부터 캐디 배치에 이르기까지 골프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다루는 통합솔루션 회사다.
투자 당시 '종합 여가 플랫폼'을 지향하는 야놀자가 성장성이 높은 골프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야놀자는 작년 7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에서 2조원을 투자받은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1년 간 인공지능(AI) 업체 데이블, 포인트 적립·매장 고객 관리 업체인 도도포인트, 국내 여행가이드 플랫폼 트리플,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를 인수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시중 현금 유동성이 줄어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보수적으로 변하자 사업 효율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2016년 투자한 사물인터넷(IoT) 전문기업 아이엘커누스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다.
아이엘커누스는 출입문에 사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방향을 인식해 해당 구역의 인원 유무를 감지, 효율적으로 전력을 제어하는 무선 절전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다. 양사는 숙박업 운영 통합 솔루션 스마트프런트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작년 말 인수를 확정한 인터파크 여행·항공·공연 예매·쇼핑 사업부문 가운데 쇼핑 부문을 해외 역직구 플랫폼 큐텐에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야놀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0.8% 증가한 252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분의1 수준인 103억원에 그쳤다. 회사 측은 코로나 종식 후를 대비하기 위해 인재 영입, 연구개발(R&D) 지출 등 선제적 투자가 늘었다는 입장이다.
VC 등 기관 투자자들은 작년까지 비용을 집행해 외형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에 동의했지만 올 들어서는 투자사에 '수익성 개선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이르면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야놀자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작년 하반기 주당 1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5만원대로 낮아졌다. 시가총액은 5조원대다. 아시아의 에어비앤비를 꿈꾸고 있지만 호텔·모텔 예약 이외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